정부 “내달 2일 美 상호관세 가장 나쁜 상황 전제로 대비책 마련”

상호관세율 제각각 전망에 ‘상대 경쟁력’ 확보도 중요해져
안덕근 산업장관·미 에너지부 장관 면담… ‘알래스카 가스’ 논의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달 2일 주요국에 상호관세 부과를 선포한 가운데 우리 정부는 가장 나쁜 상황을 전제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대미 협상력을 집중키로 했다.

산업부 당국자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4월 2일 상호관세 부과를 전제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상태”라며 “4월 2일 예고만 하고 나중에 할지는 봐야 하지만 가장 나쁜 상황을 전제로 대비책 마련하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지금은 미국이 한국만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무역 적자국에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산을 많이 사든지, 미국 투자를 많이 하라는 식으로 얘기하는 것이지 무엇을 해 주면 (상호관세 부과를) 안 하겠다는 이런 개념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리나라에 적용될 상호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는 데 주력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경쟁국 대비 상대적으로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는 쪽으로 대미 협상의 초점을 맞춰가는 상황이다.

산업부 당국자는 “상호관세와 관련해 우리에게 우호적 대우를 해 줄 것에 (협상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우리 주요 경쟁국이 (상호관세율을) 얼마 맞는지가 미국에서의 경쟁 차원서 중요해 그런 것도 같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주요 무역국과의 상호 관세 차이 외에도 비관세 장벽, 세제 환경, 환율, 정책 등 요인까지 고려해 각국에 상응하는 상호관세율을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는 미국의 9번째 무역 적자국인 우리나라도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안덕근 산업부 장관의 연속 방미 등 고위·실무 협상을 통해 최대한 ‘우호적 대우’를 받기 위해 노력 중이다.

안덕근 장관이 3주 새 두 번 찾아가 만난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면담에서 적어도 상무부 차원에서는 우호적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할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 당국자는 “상호관세가 부과된다면 우호적인 대우를 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러트닉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결정하겠지만 상무부 차원에서는 우호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정부는 내달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가 현실화했을 때 자동차, 반도체 등 대미 수출 규모가 큰 업종을 중심으로 충격이 클 수 있다고 보고 업종별 지원 대책 마련을 준비 중이다.

이 당국자는 “상관관세는 국별로 달리 부과될 수 있고 (한) 국가의 모든 품목에 동일하게 부과되는 것으로 이해한다”며 “대미 수출 많은 품목이 제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정부에서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업종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알래스카 가스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는 상황에서 최근 이뤄진 안덕근 장관과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의 면담에서도 이 주제가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산업부 관계자는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어떤 생각인지, 진행 상황에 관해 논의했다”며 “알래스카 주지사가 방한하니 주차원서 어떻게 진행되는지 확인해 참여를 면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대만이 이 사업에 참여 의사를 밝힌 가운데 미국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더욱 강하게 참여 요구를 해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최근 이 프로젝트와 관련한 한미 당국 간 실무 협의 채널 가동이 시작된 가운데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민간 기업들과 가스공사의 경우 아직은 사업성을 우선 신중히 검토해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총투자비가 우리 정부의 연간 예산의 10%에 육박할 만큼 투자 부담이 상당한 데다, 알래스카의 혹독한 기후 환경을 고려하면 향후 건설·운영 비용이 예상보다 증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생태계 보호 이슈가 민감한 지역으로, 경제성보다 정치적 고려가 앞설 경우 트럼프 행정부 이후 정책 변화에 따라 사업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가 강화되고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LNG 수요의 변동성도 프로젝트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에너지·건설 기자재 업계 내에서도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투자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