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노인 편의점서 “500엔 내놔”, 日 노인 수감자 4배 급증 이유가…

94세 노인 “돈 빌리러 편의점 왔을 뿐” 혐의 부인
외로움과 빈곤에 스스로 범죄 저질러 교도소 가기도
간수 “교도소 감옥이라기 보다 요양원 같은 느낌”


일본 도쿄 한 편의점.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123rf]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일본의 94세 고령자가 편의점에 들어와 500엔(약 4900원)을 빼앗으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현지 언론에선 이 노인이 생활이 곤궁해 범죄를 저질러 일부러 교도소에 들어가려고 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 FNN 등에 따르면 지난 20일 새벽 훗카이도 한 편의점에서 점원을 위협하고 현금을 요구한 혐의로 남성 A(94)시가 체포돼 수사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오전 0시18분께 편의점에 들어와 점원 B(57)씨에게 “강도를 하러 왔으니 500엔(약 4900원)을 내놔라”라고 말하며 현금을 빼앗으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는다.

당시 A씨는 혼자 지팡이를 짚고 매장에 들어와 점원을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점원은 A씨 요구에 응하지 않은 채 경찰에 신고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출동한 경찰은 여전히 계산대 앞에 서 있던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체포 당시 A씨 상의 주머니에선 6cm 길이 과도가 발견됐다. 과도는 칼 끝이 골판지에 싸인 채 박스 테이프로 감겨 있었다.

이 사건으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협박할 의도가 없었다. 돈을 빌리러 편의점을 찾았을 뿐”이라며 “강도 하러 왔다고 말한 기억이 없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또 과도를 품에 소지하고 있던 이유에 대해선 “생선 손질을 위해 갖고 있던 것”이라고 항변했다.

경찰은 강도 미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고 대신 건조물 침입, 공갈미수, 총포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일각에서는 94세라는 고령의 나이, 허술한 범행수법, 미미한 범행 액수 등에 “일부러 잡혀 들어가려고 범행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추측이 일고 있다.

초고령 국가인 일본에선 빈곤과 외로움에 처한 노인들이 일부러 범죄를 저질러 스스로 교도소에 들어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지난 1월 미국 CNN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교도소에 수감된 65세 이상 노인의 수가 최근 10년새 약 4배 증가했다.

CNN이 지난해 9월 일본 도치기현 내 여자교도소에서 만난 백발의 81세 여성은 식료품을 훔친 혐의로 복역 중이었다. 그는 “이 교도소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아마도 이 삶이 저에게는 가장 안정된 삶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수감자는 마약 혐의로 다섯 번이나 수감됐는데 “돌아올 때마다 교도소 인구가 점점 늙어가는 것 같다”면서 “(어떤 이들은) 고의로 나쁜 일을 하고 잡혀온다”고 말했다.

한 교도소 간수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춥거나 배고파서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 있다”며 “한 달에 22만~3만엔(약 18만~28만원)을 내고 평생 이곳에서 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 우리는 그들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목욕을 돕고 식사를 도와야 한다”며 “지금 교도소는 범죄자들로 가득 찬 감옥이라기보다는 요양원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CNN은 “도치기 교도소에 수감된 여성들은 교도소 내 공장에서 일해야 하지만, 일부 수감자들은 그 생활에 만족한다”며 “일부 노인 수감자들은 차라리 수감돼 있는 것을 선호할 정도로 일본 노인들의 고독 문제가 심각하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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