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대 한국인 학생 추방 위기…가자전쟁 반대 시위 참여했다 날벼락

7세에 미국 이주해 영주권자 신분

고교와 대학서 우수한 성적 유지

신문 제작 등 학내 활동 적극 참여

이달 초 시위 참가했다가 체포 이력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 참여한 마흐무드 칼릴 체포를 반대하는 시위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미국 뉴욕 소재 컬럼비아대에 재학 중인 한국인 학생 정모(21)씨가 가자전쟁 반대 시위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추방 위기에 놓였다.

정씨는 영주권자인 자신을 추방하려고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시도가 부당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장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씨가 이날 뉴욕 남부연방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따르면 미국 아이비리그 명문대 중 하나인 컬럼비아대 3학년인 정씨는 지난해 이후 반전시위 참가 이력과 관련해 이민세관단속국(ICE)으로부터 추적을 받고 있다.

정씨는 7세에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영주권자 신분으로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다.

정씨는 고교 졸업식에서 고별사를 한 졸업생 대표였고,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다. 또한 캠퍼스 문학잡지나 학부생 법률신문 제작 등 다양한 교내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미 컬럼비아대 학생들이 24일(현지시간) 캠퍼스 내에서 정부 정책 변화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변해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정씨가 컬럼비아대에서 벌어진 가자전쟁 중단 촉구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했지만, 대언론 성명을 작성하거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NYT는 정씨가 다른 학생들과 함께 대학교 이사회 이사진 사진 전단을 ‘대량학살 공모 혐의로 수배’라는 문구와 함께 게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가 미 당국의 타깃이 된 것은 지난 3월 5일 컬럼비아대에서 대학본부를 상대로 열린 시위 참가자 징계반대 항의시위 이후인 것으로 보인다.

정씨는 이날 다른 시위대와 함께 뉴욕경찰에 체포됐으며 이후 풀려났지만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소환장을 발부받았다.

그러나 이후 정씨에게 닥친 것은 경찰이 아닌 ICE 요원들의 체포 및 구금 시도였다.

ICE 요원들은 지난 8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뒤 9일 정씨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다. 미 당국은 지난 10일 정씨의 변호인에게 정씨의 체류 신분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 이어 13일에는 정씨를 찾기 위해 컬럼비아대 기숙사를 수색했다.

현재 정씨는 미 당국에 의해 체포되지 않은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정씨는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소장에서 “비시민권자의 정치적 견해 표현이 현 정부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민당국의 구금 및 추방 위협이 처벌 수단으로 쓰여선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미 당국은 팔레스타인 시위에 참가한 대학생이나 학자들을 잇따라 체포해 추방하는 등 강경 조치를 취하고 있다.

ICE는 지난 8일 컬럼비아대 반전 시위에서 대학당국과의 협상 및 언론 대응을 맡았던 마흐무드 칼릴을 체포한 것을 시작으로 시위에 관여한 이들을 잇달아 체포 중이다.

정씨처럼 미국 영주권자인 칼릴은 현재 루이지애나주 이민당국 시설에 구금된 상태다. 미 연방법원은 칼릴을 추방하려는 당국의 절차를 중단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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