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공쿠르 문학상 수상…한국어 번역서 출간
“인간의 문명과 정신,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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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바티스트 앙드레아 작가가 24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열린책들]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파시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중요했던 이유는 내 책이 넓은 의미에서 독재에 대한 투쟁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2023년 공쿠르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소설가 장바티스트 앙드레아(53)가 한국을 찾았다. 제3회 ‘공쿠르 문학상-한국’의 홍보 작가 선정 겸 공쿠르 문학상 수상 작품인 ‘그녀를 지키다(Veiller sur elle)’의 번역서 출간을 기념하기 위해서다.
그는 24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녀를 지키다’에서 파시즘을 다룬 것에 대해 “제 작품을 우리 시대에 비춰 봤을 때 이야기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왜나하면 요즘 독재 정권들, 파시즘이 다시 생겨나는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독재자, 독재 정권의 득세라는 것은 전혀 불가피한 이야기가 아니다. 일반적인 시민들이 ‘허락’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면서 “‘어쩔 수 없지’ 같은 것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힘이라고 하는 것은 시민들의 손아귀 안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녀를 지키다’는 이탈리아 사크라 수도원 지하에 유폐된 피에타 석상에 숨겨진 비밀을 석공 미모의 굴곡진 삶을 통해 풀어 가는 작품이다. 파시즘이 득세하던 당시 이탈리아의 풍경을 섬세하게 묘사하고, 그 속에서 태생적 한계와 사회적 난관에도 꺾이지 않는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앙드레아 작가는 한국어 번역서 출간에 대해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는 굉장히 다른데, 다른 문화의 언어로 프랑스어 작품이 번역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감개무량하다. 그렇다는 것은 사실 우리가 그렇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일 수 있다”며 “좋은 작품이라고 하는 것은 독자가 어떤 나라의 사람이든지 간에 독자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 우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실에서도 프랑스 내, 유럽 내의 예술가의 지위를 위해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술가는 유명해지기 전까지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유럽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예술가들의 대부분이 경제적인 빈곤에 시달린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직업은 일정한 성공을 거두기 전까지는 직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 작품의 모든 등장인물은 나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내 등장인물들은 모두 인정을 위해 투쟁하는 존재들이다. 자기를 의심하는 사회, 스스로 의심하는 자기 자신과 투쟁하는 존재들”이라고 덧붙였다.
앙드레아는 2017년 소설가로 데뷔한 이래 ‘나의 여왕(Ma Reine)’, ‘1억 년과 하루(Cent millions d’annes et un jour)’. ‘악마와 성도(Des diables et des saints)’, ‘그녀를 지키다’ 등 단 4권의 책으로 프낙 소설상, RTL-리르 대상 등 프랑스 주요 문학상 19개를 수상하며 현재 프랑스에서 가장 뜨겁게 주목 받는 작가다.
그는 이들 작품을 관통하는 주제 의식에 대해 “인간의 문명과 인간 정신이 끝에는 반드시 승리한다는 확신”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대해선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나라”라고 평했다. 이성과 합리에 기반한 기술적인 면모가 굉장히 뛰어나지만 프랑스에서는 없다고 생각하는 어떤 ‘영성’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영화를 사랑한며 ‘아저씨(맨 프롬 노엘)’를 인상 깊게 봤다고 한다.
앙드레아는 이날 기자 간담회 후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진 뒤 25일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진행되는 제3회 ‘공쿠르 문학상-한국’ 토론 심사와 수여식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