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은 튕겨지듯 빠져나와 구사일생
오토바이는 속도 못 줄이고 못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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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에 소방의 출입통제 라인이 설치돼 있다. 전날 오후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실종됐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 주유소 앞에서 대형 땅 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오토바이 운전자 30대 남성이 매몰된 가운데 사고 당시 상황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5일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NS)에는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직접 겪은 차량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사고 현장을 피한 한 운전자 차량에 찍힌 블랙박스 영상이 퍼졌다.
운전자 A씨는 전날 오후 6시28분께 명일동 대명초교입구 교차로(서하남IC 방향)를 차량으로 지나다 바로 앞에서 싱크홀 사고를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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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찍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당시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
영상을 보면 앞서 가던 승합차(카니발) 1대가 도로가 꺼지면서 밑으로 들어가는 듯 하더니 싱크홀 주변 턱에 뒷바퀴가 걸리며 튕기듯 빠져 나갔다. 덜컹거린 승합차는 싱크홀 부근에 비상등을 깜박인 채 정차했다.
하지만 승합차를 바싹 붙어가던 오토바이는 미처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지 못했고, 빨려 들어가 듯 그대로 싱크홀로 추락했다.
이들을 뒤 따르던 A 씨는 점차 속도를 줄여 싱크홀을 피해 인근 주유소 쪽으로 방향을 틀어 차를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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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에 찍힌 서울 강동구 명일동 대형 싱크홀 사고 당시 모습. [채널A 갈무리] |
이내 가까운 싱크홀 내부에선 지하에 매설된 상수관이 파열된 듯 물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싱크홀 상단 부근이 추가로 꺼지면서 구멍의 너비를 보도 끝까지 넓혔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발생한 싱크홀의 지름은 20m, 깊이는 아파트 7층 높이 가량인 20m에 이르렀다.
카니발 탑승자 1명은 경상을 입어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토바이 운전자는 밤샘 구조 작업에도 불구하고 25일 오전 7시 기준으로 발견되지 않았다. 오토바이 운전자 것으로 보이는 휴대전화가 깊이 40m 아래에서, 이후 깊이 20m 부근에서 번호판이 떨어진 오토바이가 각각 발견됐다.
상수도관 파열로 쏟아진 물이 싱크홀 내부를 채우고 토사와 섞이면서 펄을 이루면서 소방당국은 구조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전날 구조대원들이 잠수복을 입고 진흙 속에 들어가 손으로 토사를 퍼가며 수색을 벌였지만 싱크홀 상단 부분에서 추가 균열이 발견돼 더 깊이 들어가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은 싱크홀 부분에 나무를 대는 등 안전화 작업을 거친 뒤 중장비를 투입해 토사 제거에 나서기로 했다.
한편 인근 주유소 운영자가 이달 초 서울시와 강동구 측에 바닥 갈라짐 현상으로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해 향후 사고 원인과 책임을 둘러싸고 자치정부의 책임론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 운영자 B씨는 MBN에 “주유소 바닥에 갈라짐 현상이 벌어졌고 지하 탱크에도 영향이 갈 것 같아서 이달 초 서울시와 강동구청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24일) 오전 11시쯤 주유소 앞 도로 일부가 무너진 현상을 보고 신고했다. 복구 작업은 오후 4시 반에서 5시 반 사이쯤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신고 당시 도로에는 하수구 주변 작은 구멍과 함께 지면 갈라짐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구를 했더라도 통행 차단이나 서행 유도 등 적극적 행정을 했더라면 인명 피해는 막았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사고 발생 지점 지하에서는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가 이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