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확실성 ↑’ 지금은 美 주식 조심, 현금 보유할 때…‘K(한류)’ 붙은 섹터 주목” [투자360]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인터뷰
“관세發 美 빅테크 중심 조정장세 유의해야”
취임 100일 전후 트럼프 정책 전환 기대…“관세 악영향 장기화 부담”
‘AI 거품론’ 시기상조…중장기적으로 美 증시 강세 전망
“밸류업 1년, 소액주주 중심 문화 일반화 성과”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삼성증권]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가 예고되는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 전쟁’이 유발할 글로벌 증시 변동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3~4주간 삼성증권 주요 고객들을 대상으론 단기적으로는 현금을 보유하면서 주식 투자에 적극 나서기보단 신중히 처리하라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증시를 주도했던 빅테크(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발생할 수 있는 조정장세 등에 유의해야 합니다.”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삼성증권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난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나올 ‘상호 관세’ 및 ‘품목 관세’ 등의 구체적 내용이 명확하지 않고, 이마저도 ‘유연성’이란 명목 아래 상황과 대상국 등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한 투자 접근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윤 센터장은 “정책에 따른 증시 변동은 베팅한 투자자가 그에 따른 결과를 온전히 감내할 수밖에 없는 것인 만큼 섣부른 예측에 따른 투자 진행 시 만회하는 것은 그만큼 더 어렵다”면서 “3개월 앞을 내다보는 단기적 전망으로선 미국 증시의 변동성 리스크는 커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윤 센터장은 관세를 주요 무기로 동맹국, 적성국 가리지 않고 공격하며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 발 정책 불확실성은 통상적으로 임기 초 ‘허니문 기간’이 마무리되는 취임 100일 전후로 완화될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관세 이슈를 장기화할 경우 국내 주요 기업들의 이익과 전체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는 증시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취임 100일을 계기로 ‘정책적 성공’ 사례들을 소개하고 선언적으로 알릴 계획을 세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관세 부과에 따른 악영향을 길게 끌고 가기엔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지향점이 ‘감세’나 ‘재정 효율화’ 등에 찍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7월로 예정된 미국 독립 250주년을 맞아 기념비적인 경제적 성과를 거두기 위한 각종 기업 친화적 정책이 나올 것이며, 이게 장기적으론 증시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단기적 변동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12개월 선행 전망 등 중장기적으로 삼성증권은 미 증시를 여전히 최선호 투자 시장으로 꼽는다”면서 “인공지능(AI) 섹터를 비롯해 주요 미국 기업들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탄탄하다. 현재 발생 중인 조정장세로 고평가 부담이 덜어질 경우 더 큰 투자 기회가 기다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연초 제기됐던 ‘인공지능(AI) 거품론’은 여전히 시기상조로 보인다는 게 윤 센터장의 진단이다. 그는 “작년 연초에도 AI주(株) 고평가 논란이 벌어졌고 한동안 박스권 장세를 보였지만, 결국 엔비디아 등을 중심으로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경험이 있다”면서 “올해 상황도 1년 전과 비슷하며, 주요 빅테크의 AI 관련 투자 계획과 AI 기술의 저변 확대 속도 등을 고려한다면 지난해보다 AI 섹터 투자 환경은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했다.

AI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주의 강세는 올해도 계속될 것이라고 윤 센터장은 봤다. 다만 그는 “D램, 낸드플래시 등 레거시(범용) 반도체 업황 반등 등으로 인해 올해 반도체주는 HBM 관련주 이외에도 더 많은 종목이 호재를 맞이할 것”이라며 “반도체 랠리의 폭과 깊이가 더 커진 만큼 HBM 의존도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윤 센터장은 지정학적 요인 등으로 이미 투자자의 시선이 크게 쏠렸고, 주가가 강세를 보인 ‘조·방·원(조선·방산·원전주)’에 대한 모멘텀은 올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새롭게 주목해야 할 섹터로 윤 센터장은 ‘한류(K)’ 관련 종목들을 꼽았다. 그는 “‘K-뷰티’로 설명되는 화장품주,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해 ‘K-푸드’ 관련주로 불리는 식음료주, ‘K-콘텐츠’의 인기에 힘입어 글로벌 진출 속도를 높이고 있는 엔터주 등의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관세 전쟁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도 매력”이라고 했다.

윤 센터장은 현재로선 올해 ‘삼천피(코스피 3000포인트)’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삼성증권은 상반기 코스피 밴드로 2450~2850포인트를, 하반기엔 2500~2900포인트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대표적인 관세 피해 섹터로 꼽히는 자동차·철강주는 대표적인 ‘저(低) 밸류에이션’ 종목으로, 이미 관세 리스크가 주가에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반도체 등 핵심 섹터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면 ‘삼천피’ 도전도 불가능하다 말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윤 센터장은 지난 1년간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밸류업 프로그램이 국내 증시 문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대표적인 증거로 기업들의 역대급 자사주 매입·소각 움직임을 꼽았다. 윤 센터장은 “소액주주들의 권리를 강조하는 분위기가 국내 증시에서 일반화한 것이 주식 문화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한편, 윤 센터장은 불과 1분기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작년 말 전망과 가장 달라진 부분으로 홍콩 등 중화권 증시와 유럽 증시의 랠리를 꼽았다. 윤 센터장은 “중국 AI 챗봇 ‘딥시크’의 급부상을 통해 미국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자체적으로 기술적 진보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진 중국, 홍콩 증시 기술주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유럽 증시의 경우 재무장 등을 위한 적극적인 확장 재정 정책으로 인한 정책적 동력이 증시 강세를 떠받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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