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불안 확산…올 들어 달러·S&P500 4% ↓
JP모건 “올초부터 ‘미국 예외주의’ 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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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가 모니터를 확인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난 몇 주 간 달러와 증시가 매도세를 보이자 월가에선 그동안 미국 경제만 독주하는 ‘미국 예외주의’가 산산조각 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들어 달러가 6개 주요 통화 대비 4% 하락했고, S&P 500 지수는 4% 가까이 하락했다”고 최근 보도했다.
26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발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고조되며 동반 하락세로 마감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이상 급락하며 다시 조정 영역(최고점 대비 10% 이상↓)으로 빠져들었다.
최근 미국 증시와 달러가 모두 급락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무역전쟁으로 세계 금융 시장이 흔들린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앞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OMC)는 지난 19일 관세를 이유로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인플레이션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26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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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1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설치된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로고. [로이터] |
미국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 주식과 통화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지난 25년 동안 이러한 유형의 사례는 단 몇 번밖에 발생하지 않았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몇 주 동안 미국 예외주의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1970년대 초 이후 가장 빠른 미국 주식 시장 조정을 촉발했다”며 “주식 시장 조정은 역사적으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주식 가격이 급격히 재조정될 때 달러 매도세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미 투자은행 JP모건의 통화 전략가들도 “미국의 예외주의가 올해 초에 약화하면서 달러가 하락하고 있다”면서 “4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에 대해 전면적인 약세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캐나다, 중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파트너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더 많은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월가 은행들은 미국 자산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됐다”고 전했다.
JP모건의 전략가들은 달러에 대한 비관론의 이유로 불확실한 관세와 예상보다 완화된 미국 경제 활동을 강조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들도 올해 미국 주식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 예외주의의 미래에 대한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을 제외한 MSCI 세계 지수는 9% 가까이 상승한 반면, 미국 지수는 4% 가까이 하락했다.
전략가들은 투자자들이 미국 이외의 시장으로 투자처를 변경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JP모건 에셋 매니지먼트의 밥 미셸 글로벌 채권 수석은 “시장 참여자들이 달러 외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고, 달러 보유 자산을 다른 시장-통화로 다각화하기 시작했다”며 “시장은 전반적으로 달러 예외주의가 정점에 도달했다고 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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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선적 컨테이너로 가득 찬 화물선들의 모습. [로이터] |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지난 25일 보고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재정 적자나 금리 상승에 대처하는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며 미 재정적자가 악화할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미국 재정 건전성은 수년간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이미 2023년 11월 이후 더 악화했다”고 평가했다.
무디스는 2023년 11월 미국의 장기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인 ‘Aaa’로 유지하면서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춘 바 있다.
무디스는 미국이 ‘특별한’ 경제 회복력을 갖고 있으며, 달러화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정부 재정에 득보다는 실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무디스는 “지속적인 고율 관세나 대체 재원이 없는 감세, 한번 발생하면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꼬리 위험 등이 신용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미국 경제의 장점이 재정 적자나 부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꼬리 위험이란 확률이 낮아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일단 사건이 발생하면 시장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리스크를 뜻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다.
무디스는 이어 “경제나 금융환경이 유리하게 펼쳐질 때도 재정 악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중 하나인 핌코는 지난해 말 ‘지속 가능성 문제’로 인해 미국 장기 국채 매입을 주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 30일로 마감된 회계연도의 미국 연방정부 재정 적자는 전년 대비 8% 증가한 1조8000억 달러다.
무디스는 “미국의 부채 상환 능력은 다른 고신용 등급 국가들보다 실질적으로 약하다”면서 “무역, 이민, 세금, 연방정부 지출 및 규제에 대한 미국 행정부의 정책의제가 진화하면서 미국과 세계 경제의 일부가 재편돼 장기적으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