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이어진 산불에 국가유산 피해 확산

사남고택·안동 측백나무 숲 등 모두 15건
안동 하회마을·병산서원 등 위험권 ‘긴장’


지난 26일 소방당국이 병산서원 현장에서 열화상 드론을 띄워 파악한 결과 산불은 병산서원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안동시 풍천면 인금리까지 근접했다. 소방관들이 병산서원 건물에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


뿌옇고 메케한 연무로 뒤덮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지난 26일 밤사이 이곳 인근까지 다가오면서, 불과 하루 만에 다시 주민 대피령이 숨 가쁘게 내려졌다. 재차 확산한 불길이 병산서원과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거리까지 근접하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전도 ‘초비상’이 걸렸지만, 천만다행으로 불길이 옮겨붙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째 멎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 산불은 유구한 역사가 켜켜이 쌓인 문화유산을 매일같이 위협하며 그 피해 역시 커지는 양상이다. 거센 바람을 타고 번진 불길은 천년 사찰을 집어삼켰고, 수백 년을 견뎌온 울창한 숲을 무차별적으로 태웠으며, 보물로 지정된 불상과 괘불도를 위험에 처하게 했다.

27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현재 최근 발생한 산불로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 규모는 국가지정유산 11건, 시도지정유산 4건 등 총 15건이다. 전날 8건과 비교할 때 하루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주로 안동, 청송, 의성 등 경북 북부 지역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국가민속문화유산인 청송 송소고택과 서벽고택 일부가 불에 탔고, 사남고택은 화마에 휩싸이면서 전소됐다. 수령 100~200년의 측백나무 300여 그루가 있는 안동 구리 측백나무 숲도 0.1㏊(약 302평)가 불에 탔다. 이곳은 국내에서도 몇 안 되는 측백나무 자생지로, 식물분포학적 가치가 높은 천연기념물이다. 또 명승으로 지정된 안동 백운정과 개호송 숲 일대에서도 일부 피해가 보고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이자 통일신라 시대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 고운사는 큰 피해를 봤다. 고운사에 있던 보물 석조여래좌상은 안동청소년문화센터로 황급히 옮겨지면서 화를 면했으나 경내 보물로 지정된 연수전과 가운루는 모두 소실됐다.

산불 발생 첫날에는 900년을 살아낸 하동 두양리 은행나무가 화마에 휩싸여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경남도 기념물로 지정된 이 나무는 고려시대 강민첨 장군이 심은 높이 27m의 거목이었다. 현재 일부 가지는 남아 있지만, 상당 부분이 불에 타거나 부러진 상태다. 강 장군을 모시고 제사 지내는 사당인 경남도 문화유산 자료 하동 두방재의 부속 건물 2채도 전소됐다.

화마를 피해 의성 고운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봉황사·선찰사, 영덕 장륙사 등이 소장한 유물도 긴급 이송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사찰인 봉정사에 있던 목조관음보살좌상과 괘불도, 아미타설법도 등 보물 3건은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로 급하게 피신했다.

1622년 당대 최고의 승려들이 조성한 안동 선찰사가 간직한 보물 목조석가여래좌상과 복장유물은 급박하게 옮겨지면서 뜻밖에도 길안초등학교에 머물게 됐다. 영덕 장륙사에서는 건칠관음보살좌상과 영산회상도, 지장시왕도 등 보물 3점이 불길을 피해 영해면사무소로 긴급 이송됐다.

국가유산 재난 국가 위기 경보가 사상 처음으로 ‘심각’ 수준으로 격상된 가운데, 국가유산청·국립문화유산연구원·문화유산돌봄센터·안전경비원 등 750여 명이 현장에서 국가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비상근무를 이어가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물로 여겨지는 국보 안동 봉정사 극락전을 비롯한 주요 문화유산에 방염포를 설치하는 등 긴급 대응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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