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자동차 관세 25% 부과 공식화에 업계와 긴급대책회의…수만개 일자리 타격

산업장관 주재 업계 간담회…車부품 타격 더 클듯
“철강 관세 예외국 없어…자동차도 어려울듯”
트럼프 25% 관세 발표 전 현대차그룹 대미투자 계획 밝혀


인천 중구 인천 선광남항야적장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3일부터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공식화하자 정부가 업계를 소집해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7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자동차부품업계, 자동차연구원, 자동차협회, 산업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덕근 산업부 장관 주재로 ‘미 자동차 관세 관련 민관 합동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회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4월 3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직후 소집됐다. 25% 관세는 자동차(세단·SUV·크로스오버·미니밴·카고밴)와 소형트럭 뿐 아니라 엔진과 변속기, 파워트레인, 전기 등 자동차 부품에도 적용된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안 장관 주재 민관합동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관련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발표관련 동향을 분석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예의적용이라는 단어를 섣부르게 사용하는 것은 조심스럽다”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지난달부터 부과하고 있는 철강 관세의 경우, 예외를 받은 국가가 한 곳도 없다는 점에서 자동차관세도 예외를 받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관세 부과가 적용되면 자동차가 대미 수출품 비중 1위인 우리나라로서는 대규모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작년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규모는 347억4400만달러(약 51조원)에 달해 전체 자동차 수출 규모(707억8900만 달러)의 절반( 49.1%)을 차지했다.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의 지난해 수출량은 97만대 정도이며, 한국GM의 수출량은 약 41만대로 집계됐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내 생산을 늘려 미국 관세폭탄의 충격을 완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관세 부과 결정에 앞서 2028년까지 미국에 총액 210억달러(약 31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힌 현대차그룹의 경우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현대는 미국에서 철강을 생산하고 미국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게 되며, 그 결과 관세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투자 계획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완성차 판매량 가운데 미국 내 생산 비중은 70%까지 오르게 된다.

하지만 자동차 업체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자동차 부품 업체다. 부품 회사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국 공장 설립이 힘들다는 점에서 존폐 위기까지 내몰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동차부품의 대미 수출은 현대차그룹이 미국 현지 공장을 늘리면서 최근 7년간 증가해왔다. 연도별 대미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2018년에는 59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82억달러로 급증하며 주요 대미 수출 품목으로 등극했다. 이 중 70%가 미국 현지 현대차 공장의 부품으로 사용됐다고 산업부는 설명했다. 나머지 20%는 포드 등 미국 3대 자동차 회사에서 사용하고 10%는 AS부품으로 활용된다.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부품은 미국에 무관세로 수출되고 있다. 그 전에는 한국이 8%, 미국이 2.5%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지만 FTA 발효 직후 철폐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한국산 점유율은 8.2%로 멕시코산(41.9%), 캐나다산(24.7%)에 이어 세 번째다.

자동차 부품 관련 일자리도 수만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3년 자동차 부품산업 실태조사’ 에 따르면 자동차 부품업체는 1만5239개사로 완성차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952개사)→2차 협력사(2577개사)→3차 협력사(9536개사) 등 피라미드 형태의 도급단계로 구성돼 있다. 미국 관세 부과로 관련 수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자동차부품 회사는 중소중견기업이 대부분으로 트럼프가 원하는 현지 공장 설립이 힘들다”면서 “결국 관련 품목의 수출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부품 관련 일자리 감소를 물론 국내 소재부품산업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국내산업이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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