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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서구의 한 아파트 소유자가 작성한 매물 관련 소개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24개월 아이랑 지냈고요. ‘뻥뷰(막힘 없는 전망)’고 서울역으로 1시간 출근했어요.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갈 수 있는 편의시설)’ 상권은 아직 부족해요”
지난 26일 전문업체가 만든 광고지를 방불케 하는 인천의 한 아파트 ‘매물 소개서’가 부동산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소유주 A씨는 거실 전경 사진과 함께 해당 집 인테리어 특성 및 실거주 후기를 상세히 적은 뒤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를 희망한다고 적었다.
집주인들이 매수자를 구하는 방식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부동산의 중개를 기다리기보다 직접 매수인을 찾는 모습이다. 매물이 적체된 지역 소유자는 물론 더 빨리 집을 팔고 싶은 이들은 별도의 매도 전문 업체를 이용하거나 직거래 플랫폼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은 부동산 시장 변화와도 연결돼 있다. 과거 주택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했을 때는 ‘매도’가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최근 아파트 선호 심화 및 초과공급 등 지역 간 수급 균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중개 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집주인이 직접 직거래에 나서거나 계약서 작성 시에만 공인중개사무소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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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단독주택 단지. (위 기사 내용과 무관함) [윤병찬PD] |
동시에 주택 특성별로 판매 플랫폼도 세분화하고 있다. 환금성 등이 떨어져 최근 인기가 시들해진 단독주택이 대표적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단독주택 매매거래는 2021년 10만5364건에서 지난해 4만8282건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네이버 ‘시골집직거래장터’라는 온라인 카페는 경기도 외곽 및 시골집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데 2022년 개설 후 회원 수가 5만명을 넘었다. 시골집 등록 대행은 물론 매수자가 직접 찾는 집의 조건에 대해 글을 올리면 중개사 또는 집주인이 연락하는 식이다.
‘집이 잘 안팔리는 지역’에서도 직접 내 집 매매에 나서는 집주인이 많다. 전체 주택 매매거래 중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76.6%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일부 지역은 아파트 매물 적체가 심각하다. 아실에 따르면 27일 기준 경기 구리시의 매매 매물은 2442건으로 전년 대비 39.5% 늘어났다. 경기 평택시, 인천 서구의 아파트 매물도 각각 1만2448건, 9484건으로 1년 전 대비 33% 가까이 늘었다.
이에 중개사에게 집을 홍보해 주는 업체도 생겼다. 지난해 1월 서비스를 시작한 매도 전문 업체 매도왕은 한 해 동안 약50건의 전국 주택들을 팔았다. 아파트 거래가 체결 시 성공보수를 받는 조건으로 집주인 대신 공인중개사들에게 연락해 거래를 돕고 판매 포인트를 설명하는 업체다. 정철민 매도왕 대표는 “서울 외곽과 경기 일산, 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신청이 들어오는데 최근까지 비아파트 비중이 70%에 달했다”면서 “집 사진 촬영·보정부터 그 매물만을 위한 홈페이지를 만들기도 한다. ‘사줄 것 같은 사람들’에 연결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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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 올라온 부동산 직거래 매물들. [당근마켓 캡처] |
다만 부동산 시장이 세분화되면서 허위 매물 및 사기 거래에 대한 경계심도 높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1월부터 4주간 당근마켓 등 직거래 플랫폼에 게시된 부동산 광고 500건을 조사한 결과, 104건(20.8%)이 집주인이 아닌 제3자가 올린 불법 매물로 나타났다. 이후 정부는 가이드라인을 마련, 당근마켓은 등기부등본 자료와 회원의 정보가 일치하면 ‘집주인 인증’을 표시하고 있다.
전문가는 이 같은 시장 변화는 긍정적이지만 거래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 수석위원은 “주택 매도자들이 과거의 방식이 불충분하다고 느껴 여러 시도를 하는 모습”이라며 “다만 중개는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인 만큼 적법한 소유자인지, 그 밖의 권리관계 문제는 없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은 “단독주택의 경우 이 같은 노력이 개별 매물 거래 성사로 이어질 수 있지만 아파트의 경우 자칫 소유주 물건이 아닌 인근의 주변 호수 등 대체제가 선택될 수 있다”면서 “효과적인 비용 지출인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