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 왜 정보 공유하나” 구지은, 아워홈 수성→주력주주 전략 바꿨나

아워홈 주총서 ‘한화 정보 공유’ 따진 구지은 전 부회장
SPA 정관에 이미 포함…‘셀프선임’ 주주제안도 부결
식음-첨단기술 시너지 꿈꾸는 한화와 ‘불편한 동거’ 불가피


아워홈 마곡 본사 전경 [아워홈 제공]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구지은 전 아워홈 부회장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지분 인수 거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 측에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에서 인수대금 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아워홈 경영권 지분 확보보다 주력주주로 활동하는 쪽으로 전략을 튼 것이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화의 인수가 마무리된 뒤에도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구 전 부회장은 지난 27일 아워홈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지분 인수와 관련한 불만을 제기했다. 특히 한화와의 경영권 지분 거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화에 회사 정보를 공유·보고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비상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아워홈 주총이 2시간 넘게 진행됐다.

앞서 한화 삼남인 김동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 부사장이 이끄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달 11일 구본성 전 부회장(38.56%), 구미현 회장(19.28%), 직계비속 2명(1.8%)의 아워홈 지분을 8695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주식 양수 예정 일자는 다음 달 29일이다. 김 부사장은 전국 아워홈 사업장을 직접 방문해 현장 실사를 진행하며 인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구 전 부회장의 문제 제기와 달리, 정보 공유는 지분 거래 당시 이미 합의된 내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우리집에프앤비 주식매매계약서 정관을 보면 “대표매도인은 매수인이 요청하는 경우 대상회사의 사무실, 공장, 부지 등 방문, 현장 확인, 임직원 면담, 기록과 장부 열람 등을 허용한다”고 기재돼 있다.

구 전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주주제안을 통해 구명진 씨와 그의 자녀인 조효재 씨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구명진 씨는 구 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추천하는 안건을 올렸다. 다만 해당 주주제안 안건들은 표결에서 과반을 얻지 못해 부결됐다.

한화 측 정보 공유 지적이나 이른바 ‘셀프 선임’ 주주제안 시도 등은 구 전 부회장이 사실상 아워홈 경영권 지분 인수보다 주력주주 활동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시장에선 아워홈 지분 40.27%(구지은 20.67%·구명진 19.6%)를 보유하고 있는 구 전 부회장이 ‘우선매수권’ 카드로 반격하려고 해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구 전 부회장이 구본성 전 부회장과 구미현 회장 측 지분을 매입하려면 다음 달까지 87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끌어와야 한다.

또 구 전 부회장이 법원에 지분 매각을 중단해달라고 가처분신청을 내 인용되더라도, 이사회 승인이란 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아워홈 이사회는 구미현 회장과 구 회장의 배우자인 이영열 부회장, 구본성 전 회장의 장남인 구재모 씨 3명으로 구성돼 있다.

구 전 부회장이 주총에서 “한화가 매각주주들로부터 주식을 양수하더라도 한화 및 그 계열사와 아워홈은 별개의 법인”이라면서 “아워홈의 이익과 한화의 이익은 엄격하게 구분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주로서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한 부분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구 전 부회장이 가처분신청이나 인수자금 모집을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다.

급식업계 2위 아워홈 인수를 통해 단체급식과 푸드테크의 시너지를 본격화하려는 한화로서는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해졌다. 아워홈은 F&B(식음) 산업에 AI(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 기술을 접목해 글로벌 푸드테크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여서 시장에서는 한화와의 시너지를 기대해왔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 한화푸드테크에 수년간 공들여왔다. 지난해 미국 로봇 피자 브랜드 ‘스텔라피자’ 인수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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