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플랫폼서 가품논란까지 재확산
자본잠식 상태, 보상금 지급 미지수
발란 측 “정상화 방안 조만간 발표”
국내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 ‘발란’에서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벌어졌다. 발란은 셀러 대금 산정 시스템 오류에 따른 미정산 사태라고 해명하지만, 자본잠식에 빠진 발란이 유동성 위기에 직면해 자칫 ‘제2의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로 확산될 우려도 나온다.
▶수백억 미정산 우려…발란 “31일부터 정산금 지급”=최형록 발란 대표이사는 28일 입장문을 통해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정산 지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최 대표는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저를 포함한 경영진과 주주들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부 자금 유입을 포함한 구조적인 변화까지 가장 빠르고 안정적인 복원 시나리오를 실현하기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발란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셀러 정산 시스템을 26일 마무리지었고 오늘 일괄적으로 정산 일정을 안내할 계획”이라며 “31일부터 밀린 정산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발란의 미정산금은 정확히 추산되지는 않았으나 고가의 명품을 유통하는 플랫폼 특성상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실제 1억~5억원을 정산받지 못했다는 셀러가 다수고, 최대 10억~15억원을 받지 못했다는 ‘대형’ 셀러도 속출하고 있다.
일부 셀러는 최 대표를 상대로 한 소송까지 준비하고 있다. 2억원 상당의 정산금을 받지 못했다는 한 셀러는 헤럴드경제에 “발란 측에서 이날(28일)까지 공지하겠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곧바로 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공지와 정산이 늦어진다면 소송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했다.
▶“과도한 쿠폰 장사, 티메프와 유사” 지적=업계에서는 제2의 티메프 사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특히 발란의 과도한 ‘쿠폰 장사’가 티메프 사태와 유사하다는 평가다. 발란은 2022년 이후 대규모 할인 행사와 쿠폰 발급으로 집객에 나섰다. 통상 명품 플랫폼의 수익률은 10% 안팎으로 알려져 있는데 할인 행사를 진행하면 한 자릿수로 떨어진다.
유동성 위기에 대하나 우려도 많다. 발란은 2023년 매출액이 392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급감했다. 영업손실은 99억원에 이른다. 2015년 설립 이래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고 자본총계 역시 -77억30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발란은 올해 초부터 할인쿠폰을 대폭 줄여 영업이익 개선에 나섰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명품 소비 부진, 치열한 온라인 명품 플랫폼 경쟁까지 겹쳐 소비자가 빠져나가는 역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흑자 조건’ 내건 실리콘투 투자금 지급도 불투명=명품 이커머스 시장의 ‘아킬레스건’인 가품 논란도 발란 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5월 발란에서 태그호이어 시계를 282만원에 구매했다가 최근 본사 측으로부터 가품 판정을 받았다. 발란은 자체 감정 결과 자료 등 부족으로 정가품 판별을 내리기 어렵다며 ‘감정 불가’ 판정을 내렸지만, 본사 판정을 고려해 31일 가품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실리콘투의 남은 투자금 지급도 변수로 떠올랐다. 실리콘투는 2월 발란에 150억원 투자를 약정했다. 실리콘투가 발란이 발행하는 전환사채(CB)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미 75억원의 투자금을 납입받은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실리콘투 투자 전 발란의 현금자산은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리콘투의 남은 투자금이 절실한 상황에서 ‘투자 조건’이 문제다. 최초 75억원 투자 이후 추가 투자는 발란이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기준을 넘어야 한다. 미정산 사태를 해결한다고 해도 대다수 셀러가 ‘탈퇴’를 선언하는 상황에서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실리콘투가 발란의 미정산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지며 사태가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