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지옥에 국가유산 피해도 ‘눈덩이’

27일 오전 운무가 낀 경북 청송군 주왕산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밤사이 주왕산을 통해 번지던 불은 새벽부터 잦아들어 사찰로 번지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주왕산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지난 22일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한 산불이 최대 풍속 초속 27m의 강풍을 타고 인근 6개 시·군으로 번지면서 날마다 확인되는 국가유산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8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최근 발생한 산불로 확인된 국가유산 피해 규모는 27건(국가지정유산 11건·시도지정유산 16건)이다. 전날 오후 5시에 발표한 누적 피해 현황보다 4건이 늘었다. 경북 북동부 지역으로 확산한 불길은 주로 의성, 안동, 청송에 있는 조선 건축물과 통일신라시대 불상을 집어삼켰다.

전날 밤사이 조선 후기에 재사(薺舍·조선시대 유생들의 기숙사로 쓰던 건물)로 쓰였던 경북 청송군의 기곡재사와 병보재사가 잿더미가 됐다. 경상북도 민속문화유산인 기곡재사는 진성 이씨 시조 이석이 묘소를 돌보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세운 곳으로, 임진왜란으로 한차례 화재로 불타 사라진 뒤 1740년(영조 16년)에 새로 지어졌다. 병보재사는 의성 김씨 청계공 김진의 7세손인 제산 김성탁 선생의 묘소를 수호하기 위해 조성된 곳이다.

2015년에 촬영된 경북 청송군 기곡재사. 경북 북동부지역으로 확산한 산불 피해로 전소됐다. [국가유산청]


불길에 휩싸이면서 조선시대에 세워진 경북 안동시 약계정도 전소됐다. 경북도 문화유산자료인 약계정은 조선 안동 출신 학자인 약계 권순기(1679~1746) 선생이 공부하고 후학을 가르치던 정자다. 통일신라시대 불교미술 조각을 보여주는 경북 의성군 만장사 석조여래좌상 일부도 불에 타 검게 그을려졌다.

주요 사찰과 종가가 소장한 유물 23건(1566점)은 다른 안전 지역으로 이송된 상태다. 의성·안동·산청 등 주요 문화유산 44건에 방염포가 설치됐으며, 영양·영덕 소재 석탑 등 3건에도 피해 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이어갈 예정이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