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H 의결권 10% 밑으로 하락해 상호주 제한 불발
주총 파행 예의주시, 주도권 확보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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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3월 마지막주에도 경영권 분쟁의 출구가 보이지 않고 있다. 법원이 이번 주총에서 영풍 의결권은 제한할 수 있다고 인정하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은 즉시 항고하는 동시에 영풍의 주식배당 카드를 꺼냈다. 고려아연 자회사 선메탈홀딩스(SMH)의 영풍 지분을 희석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무력화하려는 전략이다.
MBK 측은 영풍의 의결권이 다시 살아났다고 주장하면서 주총에서 주주권 행사를 예고했다. MBK는 고려아연 투자금 1조5000억원을 지키기 위해 주도권 확보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물론 고려아연 측이 MBK 주장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주총의 파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8일 오전 9시 고려아연은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에서 정기 주총 개회한다.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영풍 의결권’은 법적으로 막혀 있는 상태다. 전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MBK 측이 영풍의 주총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MBK 연합은 즉각 항고하는 동시에 영풍의 주식배당을 결의했다. 영풍은 27일 주총에서 주당 0.04주의 주식배당 안건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상법 462조의2에 따르면 주총이 종결되면 주식배당 받은 주주는 신주 주주가 된다.
다만 이번 주식배당을 받는 대상은 작년 말 명부에 오른 주주에 한정된다. SMH는 올해 영풍 주주가 된 만큼 신주를 배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 지분이 희석돼 SMH의 영풍 주식 소유 비율을 기존 10%에서 9.96%로 하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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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측은 이로써 영풍과 SMH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 요건을 해소했다고 주장한다. 상법 규정을 적용 받으려면 SMH는 영풍 지분 1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서 영풍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최윤범 회장은 영풍의 의결권을 막기 위해 순환출자 고리를 구축했다. 지난 1월 임시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손자회사이자 유한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동원해 영풍 지분 10.3%를 취득해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시도했다. 다만 법원이 상법은 ‘주식회사’에 한정된다고 판단하자 SMC가 소유하던 영풍 지분 10.3%를 SMH로 넘겼다. 이로 인해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순환출자가 완성됐다.
현재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41.25%다. 고려아연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지분율은 47%에 달한다. 이 가운데 영풍의 의결권 지분은 약 28%에 달한다. 최 회장 측의 의결권 지분은 21% 수준이다. 우호주주로 주장하는 현대차, 한화 등을 포함해 협력사 지분을 합산하면 전체 의결권 지분은 38%로 예상된다.
주총일 기준 임기 효력이 있는 고려아연 이사회 구성원은 11명이다. 최 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이사수를 19인으로 설정하고 8인을 새로 선임하길 희망하고 있다. 그러나 영풍의 의결권이 행사된다면 이사 수 상한 설정을 위한 의안은 통과하기 어렵다. 특별결의 사항으로 출석주주 3 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한데 MBK 연합만 반대해도 부결되기 때문이다.
정관변경이 불발되면 이사 수 상한 없이 집중투표제를 통해 12인 또는 17인을 선임하는 안건 상정이 예상되고 있다. 이사회 주도권을 원하는 MBK 측은 17인 선임안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현재 김광일 MBK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한 17인의 이사 후보를 추천했다. 최 회장 측은 박기덕 대표이사를 포함한 7인을 신임 이사 후보로 올렸다.
고려아연의 핵심 기관 주주(지분율 4.51%) 국민연금의 경우 최 회장 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사 수 19인 설정 의안을 찬성하기로 결정했으며 해당 의안이 부결되면 12인 선임안을 선택한다. 다만 양측에서 추천한 이사에 대해 골고루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주요 의결권 자문사인 ISS, 글래스루이스 등 역시 양측의 힘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서스틴베스트와 ISS는 최 회장 측 추천 이사에 대해서는 전원 반대를 권고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채 주총을 진행하면 양측의 입장 차이가 반복되며 파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총을 주재하는 최 회장 측은 MBK의 영풍 의결권이 유효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주총이 강행된다면 MBK 측은 이번 결의의 법적 효력을 없애기 위한 소송전을 선택할 개연성이 있다.
MBK로서는 고려아연의 경영 주도권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약 8% 지분 취득에 투자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바이아웃 투자로 정의하고 있지만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엑시트(투자금 회수) 부담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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