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中 전기차, 韓 시장 ‘전방위 공세’ 강화 [여車저車]

中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 韓법인 설립
제네시스·벤츠·BMW 등과 경쟁 점쳐져
中 브랜드, 자율주행 등 전동화 기술 개발 잰걸음
업계 “연내 품질 이슈만 없다면, 향후 영향력 커질 것”


지커가 ‘2025 CES’에서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001 FR’ [UPI]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하나둘씩 한국 시장 진출 채비에 나서면서 이들이 향후 시장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최근 한국법인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이하 지커코리아)를 설립하고,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지커코리아 측이 밝힌 한국법인 설립 목적은 ▷자동차 및 이와 관련된 제품들의 수입 사업 ▷자동차 및 이와 관련된 제품들의 유통·판매·서비스 사업 ▷자동차 배터리 및 관련 시스템과 소재의 개발·제조·가공·판매·임대·서비스업 등이다.

지커코리아가 국내에서 정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게 되면 지난 1월 브랜드 론칭을 마친 세계 1위 전기차 판매 기업인 BYD에 이어 한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디는 두 번째 중국 전기차 브랜드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업계에서는 대중화 모델을 주력으로 삼는 BYD와 달리 지커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실제 지커는 왜건형 모델 ‘001’, 세단 ‘007’,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 중형 SUV ‘7X’ 등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7X의 경우 유럽 시장에서 후륜구동(RWD) 모델이 5만3000유로(약 8400만원), 사륜구동(AWD) 모델이 6만3000유로(약 1억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볼보, 폴스타 등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한발 먼저 한국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BYD가 1호차 ‘아토 3’를 통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을 거두면서 후발주자인 지커 역시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에서 연착륙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BYD 진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만 하더라도 ‘가격이 싼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우는 이른바 ‘가성비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라면서 “그러나 1호차인 ‘아토3’가 5주 만에 2800여 대가 팔리면서 중국 브랜드를 향한 시선도 달라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BYD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첫 번째 모델 ‘아토 3’ [DT 네트웍스 제공]


BYD와 지커 두 브랜드의 글로벌 인지도 및 전동화 기술력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커는 2021년 중국 지리차에서 분사한 이후 2022년 7만1941대, 2023년 11만8585대, 지난해 22만2123대를 판매하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하며 4억4000만달러(약 6000억원)를 조달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는 최근 3년 기준 중국 기업으로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다.

올해 1월 판매량 순위에서도 두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에너지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판매한 곳은 BYD다. BYD는 작년보다 39.7% 늘어난 25만8000대를 판매하며 1위에 올랐고, 2위는 지커와 더불어 하이브리드 전용 브랜드 갤럭시 등을 보유한 지리그룹이 같은 기간 58.5% 증가한 15만2000대로 테슬라를 제치고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12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BYD 일본시장 현황과 국내 업계 시사점’ 보고서에서도 “BYD를 비롯한 중국 전기차 업계는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시장 전략을 구사할 수 있으며, 비교적 높은 브랜드 인지율로 틈새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전동화 기술 개발 속도도 빠르다. 지커는 최근 본사가 있는 항저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첫 모델인 전기 SUV ‘9X’를 다음 달 열리는 상하이 오토쇼에서 공개하고 하반기부터 고객에게 인도한다고 밝혔다.

레벨3은 스스로 추월하거나 장애물을 회피해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의 해제가 예상되는 경우에만 개입하는 ‘조건부 자율주행’ 단계다. 지커는 이번 발표회에서 최고 시속 130㎞로 주행하는 환경에서 도로에 너비 40㎝, 높이 60㎝ 이상인 장애물을 식별하고 자동으로 연속 회피하고, 인터넷과 GPS 신호가 없는 지하 주차장에서도 운전자 개입 없이 주위 공간을 인식해 주행하고 빈 곳을 찾아 주차하는 기능을 시연한 영상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에 설치된 BYD의 부스 [연합]


BYD의 겨우 지난 18일 5분 충전으로 무려 400㎞를 달릴 수 있는 ‘수퍼 e플랫폼’을 선보였다. 왕촨푸 BYD 회장은 “세계 최초로 양산 승용차에 1000V 고전압과 1000㎾ 충전 전력을 제공한다”라면서 “BYD의 목표는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자동차의 주유 시간만큼 최대한 짧게 하는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한국 시장에서 당장 점유율을 크게 확장하기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미 BYD가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고, 지커 역시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지커는 고성능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브랜드로 첨단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며 “먼저 시장에 진출한 BYD가 올해까지 배터리 화재와 같은 품질 이슈 없이 안정적인 판매를 이어간다면, 한국 시장 내 중국 브랜드의 점유율도 크게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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