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란, 점점 커지는 기업회생 가능성…셀러들 “수억원 손해 볼 판”

기약 없이 ‘또’ 미뤄진 정산…일부 셀러, 단체 소송 준비
‘정산금 시스템’ 문제라더니…“사실이어도 아니어도 문제”
‘자본 잠식’ 발란, 75억원 투자금 유치도 불투명해졌다


배우 김혜수를 모델로 쓴 발란 광고 일부.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국내 온라인 명품 거래 플랫폼 시장 점유율 1위 ‘발란’이 또다시 정산금 지급일을 미뤘다. 기약조차 없는 공지에 셀러들은 분노하고 있다. 적게는 1000만원 내외, 많게는 수억원씩 정산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은 최형록 대표이사에 대한 단체소송 준비에도 나선 모습이다.

최 대표이사는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미정산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최 대표이사는 “이번 주 안에 (정산금 지급)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셀러)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입장문에는 이날까지 공지하기로 한 정산금 지급 일정에 대한 언급은 빠져 있었다. 최초 공지대로라면 당장 오는 31일부터 정산금 지급이 시작되어야 한다. 사실상 정산금 지급 일정을 재차 미룬 것이다.

최 대표이사는 다음 주 셀러들과 면담을 통해 서비스 정상화 방안을 공유하겠다고 했지만 셀러들의 반응은 차갑다.

앞서 발란은 미정산 사태가 벌어진 25일부터 26일 양일간 셀러들을 상대로 면담을 실시했다. 불만을 잠재우고 양해를 구하기 위해서라고 발란 측은 설명했지만, 정작 셀러들의 반응은 달랐다.

한 셀러는 “최초 공지와 별다른 것 없는 말의 반복이었다”며 “정산금을 줄 수 있느냐는 말에는 ‘그렇다’고 하면서 언제 줄 것이냐고 물으니 묵묵부답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일부 셀러들은 발란 본사를 찾아가 경영진에게 정산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작성하라고 압박했지만, 경영진이 거부하자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또 다른 셀러는 “한껏 격해진 상황에서 경찰이 와 셀러들을 데리고 나갔다”며 “지금도 발란 본사를 찾아가 항의해야 한다거나, 최 대표이사 자택을 찾아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셀러가 일부 있다”고 말했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셀러들은 발란 홈페이지에 올린 상품을 내리고 고객에게 반품을 유도하고 있다. 고객이 반품을 신청할 경우 셀러 입장에서는 정산금으로 잡히지 않아서다. 다만 소비자를 상대로 반품을 강요하는 것은 또 다른 법적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조심스러운 분위기도 감지된다.

9500만원가량을 정산받아야 한다는 한 셀러는 “무책임한 발란 탓에 셀러들만 고통받고 있다”며 “고객에게 반품을 부탁해도 이 상황을 믿지 않는 고객도 있고 되레 협박하는 것이냐는 고객도 있는데, 이들의 입장도 이해하지만 셀러로선 반품 요청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업계에서는 발란의 기업회생 신청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는 반응이다. 지난 26일 정산금 재산정 절차를 마쳤다는 발란 측 입장이 사실이라면 ‘줄 돈은 있지만 주지는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산금 재산정이 완료되지 않은 것이라면, 발란은 최초 공지 자체가 ‘거짓’이거나 정산금 지급 시스템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라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티메프 사태와 유사해지고 있다”며 “정산일을 차일피일 미루다 결국 정산금을 감당할 수 없어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내 퍼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 발란의 자본총계는 -77억3000만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지난 2월 실리콘투로부터 15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선납입된 75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75억원은 ‘투자 이후 월 기준 영업이익 흑자 달성’ 등 기준을 넘어야 지급된다. 발란은 2015년 설립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실리콘투 투자 직전 발란의 현금자산은 10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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