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총리 탄핵에서 다시 분화
“정치성향만 따르지는 않겠지만 인간이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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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착석해 있다. 헌재는 이날 한덕수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사진=연합] |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시기가 결국 4월로 넘어온 가운데 그간 탄핵심판에서 헌법재판관의 정치성향이 부각됐다가 봉합, 그리고 직전 한덕수 총리 선고에서 다시 분화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최종 판단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올해 헌재는 탄핵결정에 있어 보수·진보성향 따라 4대 4로 극명하게 갈렸다가 조율을 거친 듯 8대 0 전원일치 의견을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한 총리 사건에서 5대 1대 2로 소수의견이 부각되는 모습을 보였다.
합의제 기관인 헌재의 특성을 고려해 조정하지 않고 여러 의견이 자연스럽게 결정문에 실리는 게 낫다는 견해와 갈등 완화를 위해 적정한 수준의 조율은 필요하다는 견해가 번갈아 발현된 셈이다.
4대 4로 인용·기각이 극명하게 나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사건 때엔 정치성향이 명확히 드러났다는 평이 나온다.
이때 선고문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지명한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 더불어민주당 추천으로 국회가 선출한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 의견을 냈다. 반면 윤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과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재판관은 국회 탄핵 소추를 기각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재판관 중에는 중도 진보 성향으로 평가되는 정정미 재판관이 인용, 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 김형두 재판관이 기각을 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명했고 중도 보수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복형 재판관 역시 기각 의견을 냈다.
이후 헌재는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의 임명과 관련해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청구한 권한쟁의심판을 전원일치로 일부 인용했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탄핵심판 역시 만장일치로 국회의 소추를 기각했다. 일부 재판관이 세부 쟁점에 관해 별개 의견을 밝히긴 했지만 최소한 결론인 ‘주문’에 대해선 재판관 전원의 견해가 통일된 것이다.
하지만 한 총리 사건에서 다시 5대 1대 2로 극심한 분화를 보였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법을 위반했지만, 파면할 정도는 아니다”는 기각 의견을 냈으며 김복형 재판관은 한 발 더 나아가 관련법을 위반한 사항도 없다고 봤다. 정계선 재판관은 특검 임명 지연을 이유로 파면 의견을 냈으며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이었다.
헌재법은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심판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재판관들은 저마다 독립된 의견을 낼 수 있고 다수를 차지한 법정의견과 다른 경우 소수의견을 결정문에 기재할 수 있다.
다만 실제로는 재판관 평의에서 부분적 쟁점들에 관해 일종의 ‘교통정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탄핵의 경우 당시 규정에 따라 소수의견이 실리지 않았지만, 파면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재판관들이 지나치게 정치 성향에 따를 것으로만 예상해선 안되고 실제 그래서도 안 되지만, 인간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어떻게 나올지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오묘한 분위기가 있다. 윤 탄핵심판의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종래 결정례를 보면 헌재 재판관들이 대체복무, 대북전단금지법, 종합부동산세, 기후위기 등 위헌소송에서 세간의 정치적 분류와 다른 의견을 낸 사례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