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현실화에 휘청이는 미국 물가…파월 의장 또 ‘양치기 소년’되나

소프트데이터뿐 아니라 하드데이터도 악화

미국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증폭

2022년에도 인플레 ‘일시적’ 주장했던 연준, 시장 신뢰 약화 위기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협상을 위한 수단이 아닌 실제 위협이 되면서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관세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transitory)’일 것이라고 강조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양치기 소년’이 될 위기에 처했다.

앞서 지난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2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는 전달 대비 0.4%, 전년 동기 대비 2.8% 올랐다. 이는 시장 예상치 0.3%, 2.7%를 웃도는 것이다.

반면 실질소비지출(Real Consumer Spending)이 전월 대비 0.1% 증가하는데 그쳐 시장 예상(0.3%)을 밑돌아 가계 소비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경제 전망을 어둡게 했다.

PCE는 연준이 가장 중시하는 물가지표다.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nation+Inflation)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이처럼 시장 심리나 전망 등에 기반한 소프트데이터에서 먼저 확인된 우려가 실물지표 둔화로 확인되면서 ‘트럼프 관세’ 폭풍에 시장은 잔뜩 움츠러들고 있다.

이주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 경계심리가 커졌다”며 “다음달 2일 불공정무역조사 및 상호관세 발표 전후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곤란한 처지가 된 건 파월 의장이다. 그는 지난 19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것이 연준의 기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면 금리 인상 같은 연준이 개입을 하지 않아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와 관련해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이 어느 정도 제기됐지만 높지는 않다”, “경제에 대한 시장 심리는 악화됐지만 아직은 건강하다”고 강조하며 소프트데이터가 지나치게 과장돼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이 책정하는 기대인플레이션(BEI) 상승에 이어 PCE까지 악화되는 등 하드데이터까지 파월 의장의 전망과 다른 방향으로 확인되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욱 커졌다. 급기야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일시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의 ‘일시적’이란 단어에 안도했던 시장은 오히려 이를 ‘불확실성’으로 여기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급등 초기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일 것이라며 여러 차례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가 결국 정책 대응에 실기했다고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그가 일시적이란 표현을 다시 꺼내들자마자 포착되는 인플레이션 압력은 2022년 오판이 반복될 수 있다는 시장의 우려만 키운 꼴이 되고 있다. 자칫 연준에 대한 시장의 신뢰에 심각한 금이 갈 수 있는 상황이다.

저명 경제학자인 모하메드 엘 에리언 케임브리지대 퀸스칼리지학장은 파월 의장이 일시적이란 표현을 다시 사용한 것은 중대한 정책 실수라면서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관세 영향은 길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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