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독해지는 트럼프 관세…한국 콕집어 “미국을 ‘조립국’ 만들어” [관세전쟁]

美정부, 품목→상호→보편관세 만지작
상호 외 추가관세 예고…광물 등 타깃
백악관 고문 “韓日獨, 제조역량 가져가”
“관세가 美경제 지탱” 정책 적극 홍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로 돌아가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위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보좌하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미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로이터·EPA]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칼날을 휘두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정책을 갈수록 확대하고 있다. 철강·알루미늄, 자동차 등 품목별 관세에서 상호 관세를 넘어 보편 관세까지 검토하며 관세 대상은 더 넓히고 관세율은 더 높이는 모양새다. 백악관 핵심 참모가 한국을 콕 집어 언급하며 “미국을 제조국가에서 조립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특정한 만큼, 한국을 겨냥한 관세 충격도 커질 전망이다.

▶“한국 등이 제조 역량 가져가…다시 가져와야”=30일(현지시간)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이 한국을 비롯한 주요 자동차 수출국들이 미국의 자동차 산업을 약화했다며 미국의 자동차 관세를 옹호했다. 나바로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나바로 고문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자동차 관세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독일, 일본과 한국인들이 이 나라를 제조 국가에서 조립 국가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독일과 일본인들은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하고 부가가치가 크며 임금이 높은 부품을 우리에게 보내 조립하도록 한다. 우리가 여기서 매년 구매하고 운전하는 자동차의 고작 19%만 미국산 엔진과 변속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나라들이 미국에 공장을 세워 미국산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하지만 미국에서 단순한 조립만 할 뿐 정작 엔진과 변속기 같이 중요한 부품은 자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는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관세로 세수 확보”, “미국 경제 지탱” 옹호=나바로 고문은 미국인들이 구매하는 연간 1600만대의 차량 중 수입하는 절반에는 미국산 부품이 사실상 없으며, 나머지 절반은 부품의 50%가 외국산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멕시코에는 미국에 수출할 자동차 엔진을 생산하는 공장들이 있다면서 “독일, 일본, 한국과 멕시코인들이 우리의 제조 역량을 가져갔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바로 고문은 관세 때문에 미국 내 물가가 올라갈 것이라는 지적에는 “외국인들이 인플레이션 대부분을 부담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면서 “외국인들은 여기에 있어야 하므로 인플레이션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자기들의 가격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자동차 관세만으로 연간 10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으며, 다른 관세들을 통해 연간 6000억달러가 들어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고문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관세 정책을 옹호했다. 그는 “관세와 공화당이 준비 중인 세금법안은 미국 경제를 지탱해 줄 것”이라며 “일시적 혼란에 대해 우려하는 회의론자들도 시간이 지나면 자신들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트럼프, 추가 관세 도입 논의 중”=트럼프 행정부는 내달 2일로 예고된 상호 관세를 비롯한 또 다른 관세로 전 세계 국가들을 상대로 관세 전쟁을 격화할 방침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는 상호 관세와 별개로 특정 산업을 겨냥한 추가 관세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며, 핵심 광물과 이를 포함하는 제품군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해당 관세가 내달 2일 함께 발표될지는 미지수지만,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4월 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할 예정인 무역 정책 검토 문서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WSJ은 전했다.

또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도 앞으로 발표할 관세에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캐나다,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할 당시에도 적국 제재에나 쓰이던 법률인 IEEPA를 활용했고, 상호 관세에도 해당 법률을 사용할 예정이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통상적이지 않고 특별한 위협’에 대응해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언, 다양한 경제적 조처를 할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IEEPA을 남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WSJ은 “일부 백악관 법률 자문들은 이번처럼 광범위한 관세에 IEEPA를 사용하는 것은 법적 위험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며 “민주당에서도 IEEPA를 관세에 사용하는 것에 대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으로 간주하고 이를 강하게 비판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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