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강진에 “사망자 수 1만명 나올 수도” 전망까지…현장선 필사적 ‘맨손’ 구조작업

미 지질조사국 “사망자 1만명 넘을 가능성 69%”
“경제적 피해 14조원 이상일 확률 66%”
시설, 장비 열악해 현장에선 손으로 땅 파서 구조
OCHA “재난 발생 후 첫 72시간 매우 중요”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구조팀들이 지난 30일(현지시간) 건물이 붕괴된 잔해 속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규모 7.7의 강진이 지난 28일(현지시간) 미얀마를 강타한 가운데 공식 발표된 사망자 수는 1700여명이지만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권 최고 기구인 국가행정위원회(SAC)는 이번 지진으로 약 1700명이 사망하고 3400명이 다쳤다고 지난 30일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SAC가 밝힌 실종자 규모는 300명이다.

군정은 전날 오후 성명에서는 이번 지진 관련 사망자 수가 1644명, 부상자가 3408명으로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사망자 수는 사고 당일인 28일 군정 수장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밝힌 144명에서 하루 만에 11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하지만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 명을 넘을 가능성을 69%로 추산했다. 10만명 이상일 확률이 34%, 1만명에서 10만명 사이일 확률이 35%였다. 1000명에서 1만명 사이일 확률은 23%였다.

USGS는 이번 지진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100억달러(약 14조7000억원) 이상일 확률을 66%로 전망했다.

1억달러 이상~10억달러 사이일 확률 8%, 10억달러 이상~100억달러 사이일 확률 24%, 100억달러~1000억달러 사이 35%, 1000억달러 이상 31%로 추산됐다.

미 지질조사국이 30일(현지시간) 이번 미얀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1만명을 넘을 확률이 69%라고 추산했다. [미 지질조사국 홈페이지]


붕괴 건물에서 시신이 계속 발견되고 있고 여진이 계속되고 있어 사상자 수는 급격히 늘고 있다.

미얀마는 내전 등으로 당국이 통제하지 못하는 지역이 다수이고 지진으로 통신망도 파괴돼 피해 규모 파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앞서 전날 낮 12시 50분께 미얀마 중부의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서남서쪽으로 33㎞ 떨어진 지점에서 규모 7.7의 강진이 덮쳐 많은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매몰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28일에 이어 지난 30일 오후에도 규모 5.1 지진이 만달레이 북서쪽 21㎞ 지점에서 또 발생했다.

이날 인도네시아 아체주에서도 규모 5.1 지진이 발생하는 등 동남아 지역에서 지진이 이어지고 있다.

만달레이 등 피해 지역에서는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도 생존자 구조를 위한 필사의 구조작업이 펼쳐졌다.

구조대와 시민들은 마땅한 장비가 없어 손으로 잔해를 파내는 실정이다.

가톨릭 구호단체 소속 카라 브래그는 “많은 사상자가 나왔지만 아직 구조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많고, 지금까지 구조 활동도 대부분 자원봉사자와 주민들이 손으로 잔해를 치우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 장비나 의료품, 병원 시설이 매우 부족해 구조에 성공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에서 심각한 의료품 부족과 교통·통신 문제로 강진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인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OCHA는 구급 키트·필수 의약품·혈액·마취제 등 심각한 의료품 부족으로 대응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면서 현지 병원 등 의료 시설이 광범위한 피해를 입었거나 파괴됐다고 설명했다.

또 현지 통신·인터넷이 끊기고 도로가 부서져 인도적 지원을 위한 의사소통과 현지 접근이 어려운 상태라고 전했다.

OCHA는 “재난 발생 후 첫 72시간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 시간 동안 대응이 시작돼야 한다”고 밝혔다.

만달레이의 외곽에서 한 구조대원은 무너진 건물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장비가 필요하지만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영국 BBC 방송을 통해 밝혔다.

그는 “우리는 맨손으로 (잔해를) 파내면서 사람들을 끄집어내고 있다. 시신들을 수습하고 잔해 아래에 갇힌 사람들을 구해내려면 이걸로는 부족하다”며 “사람들이 ‘도와줘요, 도와줘요’하고 울부짖는다. 정말 희망이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날 구조대는 만달레이의 12층 아파트 단지가 붕괴한 잔해에서 약 30시간 만에 30세 여성을 구조했지만, 90명 이상이 여전히 그곳에 매몰돼 있다고 적십자사가 전했다.

무너진 벽돌 벽에 몸 절반이 깔렸다가 간신히 살아난 만달레이의 한 25세 남성은 아직 갇혀 있는 할머니와 삼촌 2명을 구하기 위해 맨손으로 건물 더미를 미친 듯이 파헤쳤다.

그는 로이터 통신에 “잔해가 너무 많고 구조팀이 아무도 안 온다”면서 통곡했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 지역의 한 구조대원도 무너진 건물 잔해 아래 사람들이 갇혀서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구조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미얀마 강진에 미얀마에서 거리가 1000㎞ 떨어진 태국 방콕에서도 지진 피해를 입었다. 방콕에서 구조팀이 30일(현지시간) 장비를 이용해 건물이 붕괴된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AFP]


각국이 구조용 장비와 의료품 등 물자 긴급 지원에 나섰지만, 현지 공항·도로 등 교통 인프라가 상당 부분 파괴돼 현장에 도착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국제사회와 세계 각국이 미얀마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구조 인력과 물품이 속속 미얀마에 도착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홍콩, 러시아,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이 구호물자와 함께 인력을 파견했다.

러시아는 건물 잔해 속 수색을 위한 내시경·음향탐지장치, 레이더·열화상 장비 등을 구조대와 함께 보냈으며, 중국·홍콩도 구조대와 절단기·생명 감지 장비·발전기 등 구조 장비를 파견했다.

하지만 만달레이 공항은 활주로가 부서졌고 네피도 공항도 관제탑이 지진으로 완전히 무너져 비행기 운항이 불가능한 상태다.

공항이 정상 운영되는 남부 양곤에서 육로로 지진 현장까지 접근하려고 해도 도로 곳곳이 부서지거나 뒤틀어져 평소 차로 약 8시간 걸리는 양곤∼만달레이 구간을 가는 데 2배가량의 시간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얀마 강진으로 공사 중인 30층 높이 빌딩이 무너진 태국 방콕에서도 사상자가 늘어났다.

방콕시 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인한 방콕 내 사망자가 17명이며, 32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실종자는 83명으로 집계됐다.

태국에서 사상자와 실종자 대부분은 방콕 유명 시장인 짜뚜짝 시장 인근에 건설 중이던 정부 건물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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