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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무엇을 폭로하고 왜곡해서 저를 살인자로 몰아갈지 두렵다.”
지난 31일 고(故) 김새론 관련 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배우 김수현이 20여 일 만에 대중 앞에서 서서 한 말이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유튜브 채널을 통한 사생활 폭로에 대한 불안감과 그에 따른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지만, 기자회견 내내 불안정해 보이는 김수현을 보니 ‘또 안 좋은 일이 생기면 어쩌나’는 생각이 들며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고 김새론의 사망 이후 사이버렉카 업계에선 큰 장(場)이 섰다. 사이버렉카란 사고가 생기면 현장에 바로 출동하는 렉카(견인차)처럼 유명인들에게 사건이 생기면 즉각 자극적인 콘텐츠를 제작해 조회수를 올리는 유튜버들을 말한다. 고인이 한 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던 사진을 계기로 김수현이 고인의 사망과 연관이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온라인상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는 지난달 11일부터 ‘충격 단독’이라는 이름으로 영상을 여러 건 올렸고, ‘연예 뒷통령’ 이진호도 제보를 통해 고인의 사생활을 경쟁적으로 폭로하고 있다. 이들이 공개한 사진과 영상은 다른 사이버렉카들의 ‘먹잇감’이 돼 다른 사진을 끼워 넣거나 김수현의 과거 발언을 끼워 맞추는 식으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6년 전에 사망한 고(故) 설리까지 소환해 입방아에 올렸다. 그가 김수현이 주연을 맡고 소속사가 제작을 한 영화 ‘리얼’에 출연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명분은 간단명료하다. 진실을 밝혀 고인의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목적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이다. 김수현과 연관된 과거뿐 아니라 대중들이 알 필요 없었던 고인의 사생활까지 낱낱이 공개되며 민낯을 드러낸 모양새라서다. 즉 음주운전 사고 이후 연기자로서 재기하려는 고인을 번번이 주저앉혔던 과거 사이버렉카의 전형적인 행태를 고인의 사후에도 이어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이다.
여기에 이들이 사건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김수현은 물론, 그와 열애설이 있었거나 같은 작품에 출연했던 여배우들까지 총동원되며 원치 않은 해명을 해야만 했다. 특히 배우 서예지는 ‘가스라이팅’ 논란으로 긴 자숙 기간을 보내다 이제야 활동을 재기하려고 하는 데 김수현과 같은 작품에 출연했다는 그의 필모 때문에 괜히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서예지는 “내가 왜 해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유튜버 쯔양은 “내가 죽어야 끝나나”라며 사이버렉카가 끼친 피해를 호소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사후에도 매일 회자되며, 심지어 6년 전에 사망한 고인까지 재소환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렉카의 피해는 ‘죽어도 끝나지 않는 듯’ 보인다. 이처럼 죽어서도 끈질기게 이어지는 희생자들의 사무치는 명예 훼손 현장을 매년 목도하면서 ‘표현의 자유’라는 명목으로 사이버렉카 문화를 용인하는 건 더 이상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시 가짜 뉴스로 괴로운 사람들이 생기지 않도록 책임 있는 미디어 소비가 필요할 때다.
신소연 문화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