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FTA 따른 관세도 없어져…한우농가 직격탄”
유통업계 “큰 영향 없을 것”…월령 제한 해제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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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미국산 소고기 판매대 [연합] |
[헤럴드경제=신현주·강승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을 직격하면서 국내 축산농가와 유통업계도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소고기, 쌀 등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향후 시작될 개별 통상협상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3일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소고기 수입량(검역 기준)은 44만5723톤으로, 미국산이 21만5161톤 수입됐다. 미국산 소고기 비중은 48.3%로 지난 2016년(42.4%) 이후 8년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량은 2022년 26만3454톤을 정점으로 2년 연속 감소세다. 2023년에 22만9749톤으로 전년 대비 12.8%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수입량이 6.3% 줄어들었다. 올 들어서도 제자리걸음 중이다. 1~2월 수입량은 3만5614톤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흐름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판매가격 인상 등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산 제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보고 있는 만큼, 소고기 등 농축산물의 국내 수입량 제고를 위한 조치가 뒤따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말 국가별 무역장벽 연례보고서에서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금지를 비관세 장벽의 대표적인 예로 제시했다. 미국 정부 고위당국자는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한국의 최혜국대우(MFN) 관세율이 미국보다 월등하게 높다면서 “그들은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같은 우리의 많은 농산물을 전면 금지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축산업계는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가 풀릴 가능성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가뜩이나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적용됐던 관세가 내년부터 없어지는 상황에서 월령 제한까지 해제되면 국내 축산농가는 벼랑 끝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재성 육우자조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내년 한미 FTA에 따라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관세가 없어지면 국내 축산농가는 수입산 축산물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우와 수입산 소고기 수요층이 다르지만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입산 축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30개월 이상 소고기까지 국내 유통되면 소고기 가격대가 더 낮아질텐데, 생산비용이 높은 축산농가 입장에선 악영향”이라며 “국가가 나서서 대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통업계에서도 미국산 소고기 월령 제한 해제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30개월 이상 월령 소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광우병 파동 등으로 박힌 부정적 인식 때문에 월령 제한 해제시 아예 미국산 소고기를 꺼릴 수 있다”며 “일단 정부 대응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관세 장벽 해제가 가격 인하 유인으로 작용해 소비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농축산물에 대한 비관세 장벽을 낮추면 마트 입장에서는 가격 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소고기, 돼지고기의 경우에는 국내산과 수입산 수요가 달라 국내산 소비자가 수입산을 구매하기보다 호주산 소비자가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쌀이나 돼지고기, 가금류 등 미국산 농축산물 전반으로 비관세 장벽이 해제되더라도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마트 입장에서는 수입처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미국산 과일은 무관세를 기본으로 계절관세만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