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헌재 반경 150m 집회·시위 전면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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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탄핵 찬성 집회가 이뤄지고 있는 안국역 1·6번 출구 앞. 높이가 4m 정도 되는 차단벽이 세워졌다. 박지영 기자. |
[헤럴드경제=박지영·김도윤 기자] 경찰이 서울 전 지역에 두 번째로 높은 비상근무 단계인 ‘을호 비상’을 발령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는 매일 모이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경찰은 탄핵 선고 이틀 전인 2일부터 차벽버스 수십대를 동원해 헌재를 중심으로 반경 150m를 이른바 ‘진공상태’로 만든 상태였다. 집회와 시위가 불가능한 공간이다. 이 과정에서 헌법재판소 앞 인도와 골목 곳곳에 경찰 펜스도 세워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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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100m 정도 떨어져있는 안국역 2번 출구 앞 보행로가 통제 돼 있다. 박지영 기자. |
헌재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안국역 1·6번 출구, 남쪽으로는 수운회관·운현궁, 동쪽으로는 현대건설 계동 사옥 앞, 북쪽으로는 재동초 로터리를 통제하고 있다. 하늘에서 보면 ‘열십(十)자’ 모양으로 차단선이 구축됐다.
해당 구역에서는 일반 시민들의 통행은 가능하지만 집회·시위는 전면 통제된다. 경찰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당시 차단선이 너무 가까워 방어에 어려웠던 점을 고려해 통제 범위를 넓혔다고 설명했다. 인사동 일대와 광화문광장을 중심으로 탄핵 찬반 시위 참가자들 간 충돌을 막기 위한 ‘완충구역’도 설정할 계획이다.
2일 오후 경찰이 차단선을 설치하면서 탄핵 찬성 집회가 열리고 있는 안국역 1·6번 출구 앞에는 6차선 도로를 전면 통제하고 높이가 4m가 넘는 차단벽이 세워졌다. 이 차단벽 뒤로는 현대 계동 사옥 앞까지 경찰버스 수십 대가 도로 양옆에 늘어서 있었다. 집회 참여자들이 헌법재판소 인근으로 접근하지 못하게 막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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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헌법재판소 정문 맞은편 도로(위)와 경찰의 통제로 비워져 있는 도로(아래). 김도윤 기자. |
헌법재판소에서 불과 100m도 되지 않는 안국역 2번 출구 쪽의 경비는 훨씬 삼엄해졌다. 이 구간을 통과하기 위해선 인근 회사에 다니는 것을 증명하는 사원증 등을 보여줘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던 한식문화공간 이음 앞 골목도 겹겹이 펜스가 쳐졌고 경찰버스가 촘촘히 주차돼 헌법재판소 정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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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헌법재판소 인근 재동초 교차로에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 30명 가량이 ‘탄핵 기각’을 외치고 있다. 박지영 기자. |
이에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재동초 앞 교차로로 밀려올라갔다. 한 달 내내 헌법재판소 앞을 지켰다는 A씨는 “한덕수 탄핵 선고 이후에 헌법재판소 정문 맞은 편에서 시위를 하지 못하게 통제를 했다”며 “태극기나 손팻말을 들고 있으면 통행도 못하게 해서 겨우 겨우 돌아서 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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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 몇몇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돗자리를 깔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도윤 기자. |
헌법재판소 정문 앞 1인 시위를 이유로 알박기 집회를 했던 윤 대통령 지지자들도 크게 줄었다. 경찰은 돗자리 등을 깔고 버티는 일부 농성자들도 이날(3일)까지 차단선 밖 집회 장소로 이동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렇듯 헌재 일대가 진공상태가 되면서 탄핵 선고일인 4일 쉬어가는 상점이 다수다. 인근 상점 주인은 “경찰에서도 4일 하루 종일 사람이 다니지 못하게 할 거라고 해서 가게 문을 열어봤자 장사가 안 될 것 같아 하루 쉬기로 결정했다”면서 “지난해 12월 오픈했는데 지금까지 마음 편히 장사한 날이 없었다. 얼른 선고가 마무리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헌재 인근에 사옥이 있는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KT 등도 재택근무나 휴가 사용을 권고했다. 안국역은 4일 첫차부터 열차 무정차 통과와 역사 전면 폐쇄 조치를 시행한다. 안국역과 인접한 종로3가역 4번과 5번 출입구도 4일 첫차부터 전면 폐쇄될 예정이다.
한편, 경찰은 탄핵 선고 당일인 4일 0시부터는 전국 경찰서에 최고 수준의 경비 태세인 ‘갑호비상’을 발령한다. 선고 당일 국회, 대사관 등 외교공관, 총리공관 등 주요 시설에 경찰력을 배치한다. 경찰기동대 210개 부대(1만4000여명)를 비롯해 형사기동대, 대화경찰 등이 곳곳에 배치된다. 경찰은 물리적 충돌로 비화할 상황이 나타나면 경찰봉이나 이격용 캡사이신 분사기도 꺼내들 방침이다. 헌재 안에는 경찰특공대 30여명이 배치돼 혹시 모를 테러 상황 등에 대비할 예정이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3일) 오전 헌재 앞에 경비 상황을 최종 점검했다. 박 직무대리는 기자들 앞에서 “폭력과 손괴 같은 묵과할 수 없는 불법 행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으로 현장에서 신속 검거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