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서 팔린 자동차 81%가 한국산…적보다 우방이 나빠”

“미국산 쌀, 한국이 50~513% 관세” 비판
韓시장서 미국車 외면받는 현실은 무언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비관세 장벽이 미국산 자동차의 수출을 막고 있다며 한국의 무역장벽 때문에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81%가 한국산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상호관세를 발표하며 “한국, 일본 등 해외 여러 나라가 부과하는 비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불공정 무역 관행 중)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 덕분에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으며, 일본에서 판매된 자동차의 94%는 일본에서 생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외국에서 만든 자동차 100만대를 미국에 파는데 제너럴모터스(GM)는 (일본에서) 거의 팔지 못하고 포드도 매우 조금만 판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는 미국산 자동차가 기술과 가격 등 많은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한국, 일본은 물론 전 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현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산 자동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품질이나 경쟁력 때문이 아니라, 각국에서 미국 자동차에 부과하고 있는 관세 때문이라는 인식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경우 무역에 관해서는 적보다 우방이 더 나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동차 시장은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등을 통해 자국 업체의 시장 진출을 확대하려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분야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에서 판매된 자동차 총 162만대의 83%가 국산차, 17%가 수입차였다.

백악관은 이날 발표한 상호관세 ‘팩트시트’에서 한국과 일본에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시장 진출을 방해하는 다양한 비관세장벽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인정하는 자동차 관련 기준을 인정하지 않고, 한국 수출을 위한 인증을 중복해서 요구하며, 투명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 때문에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한국의 수입차 시장에서 더 많은 점유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국의 무역적자가 2019년에서 2024년까지 3배 이상 늘었다고 강조했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에서도 “미국 자동차 제조사의 한국 자동차 시장 진출 확대는 여전히 미국의 주요 우선순위”라면서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자동차 배출 관련 부품 규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행사 연설에서 미국산 쌀의 경우 한국이 물량에 따라 50%에서 513%의 관세를 부과한다고도 주장했다. 실제로 한국은 수입 쌀에 513%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인 연간 40만8700t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미국에 할당된 TRQ 물량은 13만2304t이다.

백악관은 중국, 독일, 일본, 한국을 지목해 이들 국가가 수출품의 경쟁력을 인위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자국민의 국내 소비력을 억제하는 정책을 펼쳐왔다고도 주장했다. 그런 정책에는 과세 품목의 수량이 많거나 금액이 높으면 세율을 낮춰주는 역진세, 환경을 오염시켜도 처벌하지 않거나 약한 처벌에 그치는 실태, 생산성과 비교해 노동자의 임금을 억제하는 정책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이들 국가가 미국과 교역에서 상호주의를 따르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근거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까지 거론했다. 미국의 GDP 대비 소비 비중은 68%이지만 아일랜드는 27%, 싱가포르 31%, 중국 39%, 한국 49%, 독일 50% 등 다른 나라들은 미국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김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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