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불가피…헌재 결정 승복 주문
100일 넘게 이어지던 탄핵정국은 일단락됐지만 새로 시작된 조기 대선 국면에서 국정 공백과 그로 인한 혼란 지속은 불가피해졌다. 전문가와 원로들은 국회를 중심으로 여야 정치권이 나서서 ‘정치의 회복’을 이끌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탄핵심판 당사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정치권 전체가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하고 책임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5선 의원을 지낸 정대철 헌정회장은 4일 헤럴드경제에 “여야는 광장정치, 원외정치에서 원내정치로 돌아가야 한다”며 “민생과 밀린 국정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되고 원래대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 정치는 기본적으로 전쟁 상태나 다름없고, 실종의 상태”라며 “정치를 회복시켜 상생·협치·통합의 정치로 이끌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것이 잘 되지 않는 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상대방을 대안세력이라고 인정하지 못하고, 힘의 논리를 너무 쉽게 쓴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헌재의 이번 탄핵 인용 결정에 대해 “당사자(윤 대통령)부터 승복하고, 승복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국회의원과 당원, 그리고 자기 지지자에게 그걸 승복하고 평상으로 돌아가라고 권면해야 한다”고 했다.
6선 의원 출신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은 “지금 국민들이 쫙 갈라져 있다”며 “절대 승복하고 국민 통합을 위해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의장은 “탄핵을 반대했던 이들과도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한다. 국민들에게 좀 설득력 있고 포용력 있는 입장들을 취해야 된다”며 “탄핵을 지지했던 정치 세력들이 그렇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헌재의 결정에 이의를 달면 안 되고, 승복을 한 뒤에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무역전쟁의 피해가 막심할 것으로 보이고, 중국이 과학기술 도약으로 한국의 반도체 같은 기술을 다 따라잡았다. 한국이 올라갈 길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는 데 여야가 매진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시작된 조기 대선과 관련해서도 민생과 경제 살리는 대안을 찾는 선거가 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탄핵 인용으로 대선을 치르는데, 선거는 현 위기 상황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공정하게 치러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정선거 얘기는 하지도 말아야 한다. 사회 혼란만 부추기고 갈등만 조장하는 것”이라며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는 것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 파면으로 대선이 치러지게 되는데 정치권이 지금 진영 논라에 편승해 권력을 잡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되면 사회적 혼란이 더 심해진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최소한 진영 논리에 편승하지 말아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여든 야든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계엄정국과 탄핵정국, 파면 선고로 이어진 일련의 상황을 계기로 대통령의 책임을 고찰하고 개헌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 회장은 “무엇보다도 큰 것은 대통령의 책임”이라며 “헌법의 권력구조 자체가 제왕적 대통령으로 될 수 있는 헌법인데, 개헌해서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거나 낮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부의장은 “여야 후보들이 앞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면 어떻게 개헌하겠다는 것을 미리들 의견을 밝혀야 한다”며 “대선과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할 수는 없을까 하는 점도 고민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87년 헌법이 우리 사회의 현실을 잘 담아내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많다. 그동안 대통령들이 너무나 참담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정당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파면 결정으로 조기 대선 체제로 전환되는 터라 숙의 기관인 국회의 역할을 생각해 보기가 쉽지 않다”며 “다만 개헌이 최대 화두가 될 수 있도록 국회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포럼의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 각계에서 쏟아지는 개헌 아이디어를 국회 차원에서 잘 정리해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주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안대용·주소현·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