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구속기소→석방→파면…122일의 기록 [헌재 尹대통령 전원일치 파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7분 비상계엄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파면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구속·기소

구속영장 발부 초유의 서부지법 난동사태

탄핵 심판정서 직접 ‘평화적 계몽령’ 주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한 후 계엄군이 헬기를 타고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122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 최초 내란죄 체포·구속 및 기소, 탄핵심판정 출석, 구속 취소까지 뜨거운 논란을 낳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10일 초박빙 승부 끝에 힘겹게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와 극한 갈등을 지속했고 결국 ‘거대야당의 횡포’를 고발한다는 명목하에 선포한 비상계엄으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다.

▶한밤의 비상계엄…2주 만에 탄핵 소추=12월 3일 밤 10시 23분,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브리핑룸에 섰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긴급 담화문 발표였다. 윤 대통령은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국민 여러분께 호소드린다”는 말로 비상계엄 사태 서막을 열었다. 곧이어 10시 27분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비상계엄은 오래가지 못했다.

국회의원들은 다음날인 12월 4일 새벽 1시 1분께 재석 의원 190명 만장일치로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했다. 계엄 선포 후 약 2시간 만이었다. 윤 대통령은 새벽 4시 27분 비상계엄 해제 담화문을 짤막하게 발표했고, 국무총리실이 새벽 4시 30분께 계엄 해제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국회는 곧바로 윤 대통령 탄핵 절차에 착수했다. 12·3 비상계엄은 위헌·위법한 계엄일 뿐만 아니라 헌법기관 무력화를 시도한 ‘내란’이라는 취지였다. 12월 7일 1차 탄핵소추안은 정족수 미달로 부결됐다. 12월 14일 2차 탄핵소추안은 국회의원 300명 중 204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상 최초 대통령 체포…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동시에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개시됐다. 현직 대통령은 형사불소추 특권을 갖지만 내란죄·외환죄는 예외다. 경찰, 검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피의자’로 보고 수사에 돌입했다. 수사기관의 경쟁 끝에 공수처가 ‘대통령 체포’라는 과제를 부여 받았다. 공수처는 지난 1월 3일 윤 대통령 체포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결국 2차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1월 15일 오전 10시 33분, 윤 대통령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에서 체포했다. 현직 대통령 최초였다. 1월 19일 오전 2시 53분,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윤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역시 헌정사상 최초였다.

윤 대통령이 구속되자 지지자들은 ‘폭도’로 변했다. 서울서부지법 유리창을 깨고 집기를 부수며 난동을 부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경찰은 서부지법 난동 사태와 관련해 총 140명을 입건하고 92명을 구속했다.

▶구속 후 탄핵 심판정으로=윤 대통령은 구속된 후 1월 21일 3차 변론기일부터 헌법재판소에 모습을 드러냈다.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모습이었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과 달리 직접 탄핵 심판정에서 자신을 변론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총 8차례 심판정에 나타났다. 윤 대통령은 ‘평화적 계몽령’을 주장했다. 거대 야당 주도 국회의 실상을 고발하기 위한 취지였고 국회·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정치인·법관 체포, 유혈사태 등이 실제 발생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5차 변론기일에서는 “호수 위에 떠 있는 달그림자를 쫓는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은 이후에도 국회 봉쇄, 의결 방해, 체포조 운영 등이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발뺌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월 25일 11차 변론기일에서 1시간 7분 동안 최후진술문을 읽었다. ‘거대 야당’을 44번 언급하며 비상계엄 원인을 국회에 돌렸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대통령의 권한을 덜어내는 개헌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점이나 방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구속취소 깜짝 반전…한 달 침묵 끝 파면=윤 대통령은 3월 8일 전격 석방됐다. 구속된지 53일 만이었다. 윤 대통령 측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5부(부장 지귀연)에 요청한 ‘구속 취소’ 청구가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체포적부심에 걸린 시간과 수사기관의 내란죄 수사권 논란을 이유로 구속을 취소했다.

윤 대통령은 3월 8일 오후 5시 48분께 수감돼있던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 정문을 나왔다. 검은색 캐딜랑 차량에서 내린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들어올린 뒤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짧았던 비상계엄과 달리 탄핵 심판은 역대 최장 심리를 기록했다. 선고가 지연되면서 중요 사건 재판 결과가 먼저 나왔다. 지난 3월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였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최재해 감사원장, 이창수·조상원·최재훈 검사,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 결과도 나왔다. 헌재는 야당 주도의 고위공직자 탄핵을 ‘줄기각’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에 대한 판단은 달랐다. 헌재는 “비상계엄은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헌법기관에 혼란을 야기해 중대한 위헌·위법을 저질렀다”며 “국민으로부터 직접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받은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수호의 이익이 대통령 파면에 따르는 국가적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122일 만인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파면됐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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