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당분간 관망세…‘똘똘한 한 채’ 선호 심화 전망 [피난처 잃은 자본시장]

대통령 파면 후 공백기 ‘숨고르기’ 전망
정권 교체시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관측
전문가 “기준 금리·공급·규제가 더 중요”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자산시장의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건설 경기 침체 속에서 규제(토지거래허가제) 번복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인용으로 정책 공백이 생긴 부동산 시장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제 정세 혼란에 따른 경기 악화와 이에 따른 거시 경제 정책의 변화도 예단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관망세를 보이면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새 정부의 정책, 기준 금리, 주택 공급 등을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라고 봤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대통령 파면 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고,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재의 탄핵 결정 선고 10일 이내에 대선일을 공고해야 한다. 선례를 적용할 경우 조기 대선은 화요일인 6월 3일 치러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관망세가 나타나는 가운데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수요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가 결정되는 대선 전까지 관망세가 이어지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상당한 정책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될 경우 다주택자 보유세 강화 등 규제가 강화돼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도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차기 정권 출범까지 두 달간의 공백이 생길 수 있으며, 여전히 정치적 불확실성은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시장 참여자들은 과거 시황을 학습하며 신속히 실행에 옮길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특히 다주택자들은 가장 가치가 높은 한 채를 남겨놓고 매각 또는 증여하려고 하면서 비교적 입지가 떨어지는 자산을 급매로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른 부동산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권 여당이 유지되면 현재 부동산 정책의 상당 부분이 차용될 가능성이 높다“며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지정이나 3기 신도시 등 이미 진척된 노후계획도시 정비사업은 기존 방식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집권 여당이 바뀌면 이전 정부에서 추진했던 공공성 강화나 투기 세력 규제 등의 부동산 정책이 다시 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동산수석위원은 “현 정권에서 추진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와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을 동시에 처리하는 등의 ‘재건축·재개발 촉진에 관한 특례법’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전 정권에서 시행하다가 현재 답보 상태인 ‘공시지가 현실화 방안’ 등은 재추진되면서 보유세가 강화될 가능성 있다”고 진단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권 교체로 인한 영향은 제한적이며 기준금리와 대출규제, 건설경기 등이 부동산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는 7월부터 가장 강력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시행되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DSR은 개인이 보유한 ‘모든 대출의 원리금’을 연소득 대비로 따져 대출 한도를 정하는 방법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정권이 교체돼도 초기엔 공급 대책, 임대차 시장 안정화에 정책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이며, 정치적 변동성보다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규제·수급 등”이라며 “4월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 신청된 주택담보대출이 본격 실행되면서 가계부채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 수석은 “이러한 금리 인하가 부동산 과열의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져 정부는 7월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 이후 하반기 인하 여부를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집값 상승세가 성동·강동·마포 등지로 확산될 경우, 해당 지역에 대한 토허제 추가 지정이나 DSR 규제 강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갑 KB부동산 부동산수석전문위원도 “현재 부동산 시장엔 금리 인하 기대, 입주 물량 부족에 따른 불안 심리가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과 관세 쇼크 등 글로벌 무역 시장 악재로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보이면서 숨고르기 양상이 이어져 당분간 집값이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7월부터 강력한 대출규제인 스트레스 DSR 3단계가 시행되면 집값이 비싼 서울과 수도권은 금리인하 효과보다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로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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