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D램 선전에 선방…2분기는 ‘관세 가시밭길’

美 관세 연쇄 효과로 세트·반도체 부진 불가피
재고 조정 수순에 ‘메모리 봄’ 기대 무색
반도체 관세 가능성에 불확실성 증폭


삼성전자 반도체


[헤럴드경제=김민지·김현일 기자] 삼성전자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며 선방한 것에는 D램의 반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판매량이 4분기 대비 크게 하락하긴 했지만, 레거시(구형) 메모리 수요가 늘어나며 3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와 시스템LSI사업의 적자를 상쇄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는 2분기에 다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D램과 낸드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메모리의 봄’ 기대가 나왔지만,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찬물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관세발 가격 상승으로 IT·전자 기기 수요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가전, 스마트폰 등 세트 사업 실적 부진에 반도체 주문 감소도 연쇄적으로 이어질 경우 타격이 예상된다.

▶‘메모리 개화’ 막는 ‘관세 한파’=삼성전자가 1분기 시장의 기대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건 메모리 수요 증가 때문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수요가 전년 동기 대비 15% 증가하는 등 PC, 모바일에 쓰이는 구형 메모리 재고가 개선됐다. 트럼프 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움직임에 선제 대응 하기 위해 고객사들이 미리 주문량을 늘린 것도 영향을 끼쳤다.

이에 일각에선 2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메모리의 봄’이 올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 그간 메모리 3사가 감산 정책을 유지해왔던 상황에서 수요가 증가해 메모리 가격 하락이 조기에 마무리될 거란 전망이었다.

그러나 불과 며칠새 2분기 전망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60여개국에 대해 국가별 차등을 둔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데 이어, 반도체 분야 관세 도입에 대해서도 “아주 곧(very soon)”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선 반도체 관세 도입이 가져올 효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2분기 글로벌 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말 한치 앞도 모를 정도”라며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매우 크다 보니 반도체 업계의 2분기 실적은 불투명 그 자체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분기실적


세트가격 상승전망에 반도체도 ‘노심초사’=가전, 스마트폰 등 세트 부문의 실적 부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관세 도입으로 IT기기 및 가전의 가격이 상승하면 수요가 줄어들고, 생산량 감소는 반도체 주문 감소로 이어진다.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의 매출 중 미국으로의 직접 수출 비중은 15~20% 수준으로 전체 매출에 미치는 악영향은 1.3~1.7%에 불과하지만, 이는 단순 또는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관세 부과 대상인 중국, 대만, 베트남 등지에서 한국 반도체를 탑재해 생산된 IT 세트가 미국으로 수출될 경우 한국 반도체에 대해 미치는 간접적인 악영향, 가격 상승에 따른 IT 소비의 둔화, 이에 따른 반도체 주문 축소 영향을 포함하면 실제 영향은 6%에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1년 넘게 속을 썩이고 있는 12단 HBM3E의 엔비디아 공급도 하반기가 유력해 HBM 매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 메모리 반도체 관세가 현실화되면 서버용 DDR5와 eSSD 등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의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실적효자’ 스마트폰 역시 비수기·관세 악재=그간 실적 효자 역할을 해오던 MX(모바일경험)사업부에도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출시되지 않는 시기로, 1분기의 갤럭시 S25 출시 효과도 감소한다.

상호관세 도입에 직격탄도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의 50% 이상을 생산하고 있는 베트남에 46%의 상호관세가 부여되면서 공급망 관리에 대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베트남은 인건비가 싸고 세금 혜택이 많아 최대 스마트폰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대미 스마트폰 수출분 전체가 베트남에서 생산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난해 기준 MX사업부 영업이익률이 9%에서 3%로 6%포인트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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