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시 앞둔 본과 3·4학년 속속 수업 복귀
저학년들도 돌아올까…아직 ‘오리무중’
“尹 파면으로 의정 대화 가능하지 않나”
예과생들 수업 참여 여부 놓고 눈치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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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연합] |
[헤럴드경제=안효정 기자] 의과대학 고학년과 저학년의 수업 참여 여부가 갈리고 있다. 의사국가시험(국시)를 앞둔 고학년에선 수업에 복귀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의대 예과생 등 저학년들은 아직 이렇다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상황이다. 고학년의 수업 참여 흐름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이 의대 예과생들에게 복귀 명분을 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돼, 의대 수업 재개 2주차를 맞는 이번주가 의대 교육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주요 의대에서는 의학과(본과) 3, 4학년 등 고학년을 중심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김홍순 교육부 의대교육지원관(국장)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본과 3, 4학년생을 중심으로 (수업에) 많이 돌아온 건 확실하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대는 본과 580명 중 5명을 제외한 전원이 수강 신청을 하고 강의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본과 3, 4학년이 먼저 수업 거부 방침 철회하고 의정 갈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활동 중단 등을 결정했고 이어 본과 1, 2학년이 뒤따라 복귀했다.
고려대의 경우엔 지난주까지 의대 본과 2학년 학생의 65∼70%, 본과 3, 4학년 학생 중 30% 정도가 수업에 복귀했다. 대학 측은 유급 기준일을 맞는 이번 주에 학생들의 수업 참여율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학년들이 수업 거부를 계속하지 않고 돌아온 건 출석 일수 미달로 유급이 되는 사태를 피하고 국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본과 3, 4학년은 병원 실습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는 데다 국시를 치르기 위해선 주당 36시간·총 52주 임상실습 기간을 채워야 한다.
본과생들과 달리 저학년 사이에선 아직 수업 참여를 꺼리는 분위기가 있어 수업 참여 여부가 불투명하다. 교육부에 따르면 의대 학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에서 ‘수업 거부’ 지침을 유지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업을 방해해, 이에 저학년들이 부담을 느끼는 탓이다.
그러나 고학년의 출석률이 오르고 있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의정 대화의 가능성도 높아져 의대 예과생들 중에서도 ‘이젠 우리도 수업을 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등록은 마쳤지만 눈치를 보느라 현재까지 수업에는 나간 적은 없다는 수도권 의대 예과생 A씨는 “선배들이 수업을 다시 듣는 걸 보고 ‘결국 시험을 보기 위해선 학칙에 따라야 한다’, ‘학생은 교육부와 학교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게 인식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을 무논리로 외쳤던 대통령도 탄핵됐으니, 정부도 의료계를 대하는 입장에 달라지고 바뀌는 게 있지 않겠느냐”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했을 때 우리(저학년)도 무작정 손 놓고만 있지 말고 일단 수업도 듣고, 좀 더 유연하게 학교·정부와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한 지방대 의대에 재학 중인 24학번 B씨는 “국가에도, 학내 분위기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는데 수업 거부하는 투쟁 방법도 바꿀 때 되지 않았나 싶다”라면서 “어떤 걸 위해 우리가 투쟁을 했는지 다시 돌아보고 재정비해야 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한편, 교육부는 저학년들이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다고 해서 작년과 같은 학사 유연화가 있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고학년이 돌아오면 분위기가 같이 움직이는 게 있어서 (예과생도 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번엔 학사 유연화는 없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은 전날부터 수업 거부 학생들에 대해 유급예정통지서를 발송하기 시작했다. 연세대 의대는 전날 본과 4학년 재적생 48명에게 유급 예정 통보서를 보냈다. 부산대 의대 역시 7일까지 출석하지 않은 학생은 유급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