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대한민국의 역사, 최적화된 장소”
“용산 이전 다 끝난 거 아냐, 계속 돈 쏟어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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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서 관람객들이 청와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차기 대통령의 집무실 위치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일해봤던 경험자로서 용산에 계속 있는 것은 불가한 일”이라고 말했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탁 전 비서관은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 인터뷰에서 ‘조기대선에서 누가 되든 용산과 청와대를 어떻게 둘 것인가’에 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사견임을 전제로 이같이 답했다.
탁 전 비서관은 “가장 우려하는 게 보안과 도청 문제인데 용산은 이미 뚫린 게 확인이 됐잖나”라며 “그 이후 어떤 조치가 있었는 지 밝혀지지 않았고,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실익이 상당히 떨어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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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 [연합] |
이어 “용산은 사실 아무 상징성이 없는 공간인데 이번에 내란과 쿠데타 모의라는 상징성이 생겨버렸다”며 “국가 행사나 국가 권위를 드러내는 게 대통령이 집무하는 장소와 아주 밀접한데 그런 상징을 갖게 된 공간을 계속 쓰는 건 상당히 불가한 일”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적 측면에서도 용산 이전이 다 끝난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는 보도가 훨씬 많다”라고 덧붙였다.
탁 전 비서관은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에 따른 국방부·합동참모본부 등 군 관련 시설 이동이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며 “계속 거기에 돈을 쏟아부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 일부 시설도 지금 쓰고 있는데 이 멍청한 짓을 왜 계속해야 되나”라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고, 그래서 용산보다 청와대로 다시 옮기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한다”라고 했다.
청와대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2년 5월 이후 일반에 개방돼 보안 우려가 제기되는 데 대해선 “아무리 청와대가 3년 정도 노출이 됐고 보안 유지가 어렵다고 하더라도 기술적으로, 기계적으로 충분히 완화하거나 없앨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제가 보고 듣고 느낀 거에는 그런 판단이 선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순방을 가면 그 국가에서 제공한 영빈관, 호텔을 이용하는데, 그러면 무조건 노출이 된다고 봐야한다. 순방은 아주 첨예한 외교적 주제들을 비밀리에 논의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노출된 상태에서 얘기를 하지 않는다. 도청을 방지하는 장치도 있고 텐트 같은 시설도 있고, 텐트 안에 도청 방지 장치를 달아서 그 안에서 얘기할 때도 있다. 제가 경험한 게 그런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도청 등 보안문제)그 부담은 어디를 옮겨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종으로 간다고 그 문제가 완벽하게 없어진다고 누가 다짐할 수 있겠냐”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의전비서관이었던 탁 전 비서관은 3년 전 당시 윤 대통령 당선인 측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두고 “그분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를 하려고 하지 않는다. (청와대로)들어오지 않으니까”라고 떠올렸다.
그는 “미국은 대통령이 위임할 때 전직 대통령이 편지를 써서 그 결단의 책상 서랍에 넣어두고 가는 아름다운 전통이 있다고 하지 않나. 그걸 깼던 게 트럼프 대통령이긴 하지만. 저는 그런 전통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이어 “사실은 제가 (윤 전 대통령이)청와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몰랐을 때 각 비서관들이 자기가 했던 역할과 관련해서 편지 한 통씩 써놓자는 제안을 했었다”며 “인수인계도 제대로 다 해드리자 했는데, 아예 들어오질 않으니 그런 기회조차 없어진 거다. 당시 이분들은 뭘 부탁했거나 물어봤다거나 이런 일이 일체 없었다”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이 ‘시민에게 돌려주고 싶다’는 취지로 청와대를 개방한 취지에 대해선 “새빨간 거짓말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때도 1년에 몇 십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왔다. 관광 프로그램이 개발돼 있고, 청와대 뒤 인왕산을 비롯한 코스들도 전면 개방 다 했다”며 “사실 (윤 정부의)개방이라는 게 기껏해봐야 본관 한 번 투어하고 영빈관인데, 영빈관은 자기들이 행사한다고 수시로 계속 막았다. 대단히 새로운 게 있었나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들어가지 않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나 그렇게 판단해야 하지 않나”라고 했다.
탁 전 비서관은 청와대에 대해 “대한민국의 역사가 다 담겨 있고, 대통령이 가장 완벽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적화돼있고, 보안과 비밀 유지가 가장 완벽하고, 서울에서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며 “그걸 왜 버렸을까”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