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TC “인스타·왓츠앱 인수, 경쟁자 제거” vs 메타 “틱톡 등과 경쟁”
워싱턴DC 연방법원서 향후 2주간 공방…재판 결과 따라 분할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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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출석한 모습. [AFP]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플랫폼(이하 메타)의 운명을 가를 반독점 소송이 14일(현지시간) 시작된 가운데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번 재판은 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소셜미디어(SNS) 왕국인 메타의 인스타그램(2012년) 및 왓츠앱(2014년) 인수가 시장경쟁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독점 행위라며 지난 2020년 처음 소송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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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로고. [로이터] |
이날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FTC 측은 메타의 인스타그램 및 왓츠앱 인수가 ‘인수하거나 매장하기(buy-or-bury)’ 전략의 하나였다며 이 인수를 통해 메타의 권력은 집중됐고 소비자들은 선택지를 빼앗기고 경쟁은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인수하거나 매장하기’ 전략은 경쟁이 심화하기 전에 인수를 통해 경쟁을 없애거나, 인수가 안 될 경우 경쟁 업체를 고사시키기 위해 공격적인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FTC 측 대니얼 매더슨 변호사는 모두 진술에서 “100년 넘게 미국의 공공 정책은 기업들이 성공하고 싶다면 경쟁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다”며 “우리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메타가 그 약속을 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메타는 경쟁이 너무 어렵다고 판단하고, 경쟁 대신 경쟁자를 인수하는 편이 더 낫다고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FTC 측은 메타가 구글이 왓츠앱 인수를 검토하자 이를 방어하기 위해 왓츠앱을 인수했고, 2013년에는 스냅을 60억달러에 인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고도 덧붙였다. 나아가 저커버그가 지난 2012년 인스타그램 인수를 “경쟁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방법”이라고 언급한 이메일 등 경쟁을 피하기 위한 인수임을 나타내는 증거를 향후 제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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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로이터] |
FTC의 이런 주장에 메타 측은 “독점 기업이 아니다”고 전면 반박했다.
메타는 현재 틱톡, 스냅챗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플랫폼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FTC가 10년 이상 전에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의 인수를 승인해 놓고 지금 와서 이를 되돌리는 것은 비즈니스 세계에 위험한 선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메타 측 변호사 마크 한센은 “FTC의 이번 소송은 사실과도 법과도 맞지 않는다”며 “앞으로 FTC의 모든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FTC는 SNS의 과거 소셜 기능에 집중하고 있지만, 사용자의 앱 이용 방식이 크게 변해 현재 메타 사용자 중 20% 만이 그 기능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사용자들은 이제 친구·가족과 소통보다 동영상 시청 등에 더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으로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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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출석한 모습. [AFP] |
재판 첫날 증인으로 출석한 저커버그는 이날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증언에서 FTC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FTC 측은 메타가 인스타그램을 인수하기 전인 2012년 저커버그가 쓴 내부 이메일을 제시하며 인스타그램과 경쟁을 우려해 인수한 것이 아니냐고 캐물었다. 저커버그는 이메일에서 “인스타그램 인수를 고려해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우리보다 잘하는 것은 카메라 기능(사진 촬영·편집 기능)과 사진 중심의 공유 네트워크”라며 “뒤처지는 건 정말 무서운 일이고, 이는 이 회사에 많은 돈을 써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적었다.
이 이메일에 대해 저커버그는 “인스타그램의 가치에 대해 분석하려는 시도였다”며 “그 당시 내가 진짜로 두려움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스타그램 인수가 개인 소셜 네트워킹 시장에서 경쟁자를 없애기 위한 ‘킬러 인수’였다는 FTC 주장에 대해 메타의 목표는 단순히 사용자들이 서로 아는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 이상의 많은 정보와 콘텐츠를 접하고 즐기는 플랫폼을 지향해 왔다며 이를 위해 인스타그램을 인수했다고 맞받았다. 인스타그램 인수 후 페이스북에 집중하고 인스타그램엔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인스타그램 인수 후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일축했다.
이번 재판은 약 두 달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저커버그 CEO는 15일에도 출석해 증언할 예정이다.
이날 법정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FTC 앤드루 퍼거슨 위원장도 나와 양측의 진술을 들었다.
이번 재판에서 메타가 SNS 시장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판결이 나오면 메타는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한 반면, 메타의 핵심 앱인 페이스북은 성장세가 멈췄다.
이번 재판은 저커버그가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트럼프 측근의 이사 임명, 취임식 기부, 소송 합의 등 ‘친트럼프’ 행보를 보여오고 있는 가운데 열렸다. 다만 이번 재판은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제임스 보스버그(62) 판사가 맡고 있으며, 그는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이민자 강제 추방 시도를 기각하며 주목받은 적이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보스버그 판사는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가 베네수엘라 국적자 약 300명을 범죄조직원으로 규정해 추방하면서 18세기에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적용한 데 대해 “전례 없는 일이자, 법률의 확장 사용”이라고 지적하고, 추방 절차를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