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관세 부과 고민 깊어지는 미국

반도체·의약품, 무역법 232조 조사 착수
바이든 때 중국산의약품, 무역법 232조 조사 착수
 
바이든 때 중국산 구형 반도체 관세 50%
TSMC·SK하이닉스 등 가격인상 불가피
미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에 역풍 될수도

중국 광저우시에서 열리고 있는 칸톤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전자제품 부스에서 세일즈맨의 설명을 듣고 있다.[AP=연합]

중국 광저우시에서 열리고 있는 칸톤박람회에서 참관객들이 전자제품 부스에서 세일즈맨의 설명을 듣고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와 의약품 수입을 자국 안보 차원에서 제한해야 할 지를 결정하는 조사에 착수했다. 해당 조사 결과에 따라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전 세계 6000억달러(약 854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정확한 관세 규모도 미지수인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느 선까지 관세를 협상할지도 알 수 없어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기계에 붙은 반도체까지 모두 조사대상=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 1일부터 구형 반도체,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반도체 등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 수입에 대한 영향을 조사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조사를 기반으로 관세 등 제한 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반도체 제조 장비뿐 아니라 완성품에 들어간 반도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부착된 반도체도 미국으로 들어오는 제품이라면 모두 살피겠다는 뜻이다.

NYT는 “현재 미국은 완제품에 포함된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지만,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해당 문제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제품에 포함된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가 가능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고 전했다.

해당 조사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이뤄졌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특정 품목 수입을 관세 등으로 막을 수 있다는 무역확장법 232조는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의 근간이 되는 조항이다.

▶“TSMC, SK하이닉스 등 수익성 악화 불가피”=철강·자동차 등에 품목별 관세 25%가 부과되는 것을 지켜본 반도체 업계는 초긴장 상태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부 자동차 회사들을 도와주려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관세 후퇴를 시사하기도 했지만, 손바닥 뒤집듯 관세 정책을 바꾸는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미 반도체 업계는 코로나19와 직전 정부인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대중국 관세로 한 차례 공급망에 타격을 입은 상황이다.

지난해 바이든 정부는 구형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50%로 인상했다. 여기에 또 다른 관세가 부과되면 반도체 산업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또한 네덜란드 ASML과 같은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까지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경우 미국도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반도체 생산 확대’ 전략에도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16일 조사 내용 공식 게재 후 조사 수렴=‘폐기 기로’에 놓인 반도체 보조금까지 관세 부담을 가중시킬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반도체 보조금을 재검토하고, 일부 보조금 지급은 연기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미 구드리치 RAND 연구소 기술분석 선임고문은 “관세는 국내 제조 확대, 반도체 구매 세액공제, 중국발 공급 과잉 등 종합 전략의 일부로 ‘현명하게’ 사용된다면 효과적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미국은 전 세계에서 반도체가 사용되는 제품을 25%나 소비하고 있기에 동맹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이번 조사를 오는 16일 관보에 공식 게재한 뒤 21일간 각계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 상무부는 반도체 조사의 경우 조사 대상 제품의 미국 내 수요와 생산능력, 미국 내 생산력 확대 가능성 등 공급망 전반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상무부는 의약품과 그 원료에 대해서도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조사를 개시했다. 김빛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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