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21일의 기다림, 9만4100시간의 도전…매킬로이 “꿈을 믿고 노력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

로리 매킬로이가 13일(미국시간) 마스터스 우승 트로피를 들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3921일의 기다림이었다. 9만4100시간의 도전이었다.

2014년 7월 20일 디오픈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마지막 퍼즐 하나만을 남겨놓은 그때부터,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모든 시간은 마스터스 우승을 향한 도전의 여정이었다. 이는 1라운드 티오프 때 쏠렸던 많은 이들의 관심이 최종라운드 실망으로 바뀐 시간의 반복이기도 했다. 10년이 넘는 실패의 순간들이 그의 어깨에 무거운 짐으로 쌓였다.

매킬로이가 13일(미국시간) 마스터스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후 그간 느꼈던 마음의 짐을 털어놓았다.

“매년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국 해내지 못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 인내심을 유지하기가 참 어렵다. 오늘도 후반 경기 중 몇 번을 생각했다. 또 이렇게 놓쳐버리는 건가. 하지만 꼭 필요한 순간에 중요한 샷들을 해냈고, 그런 내 자신이 정말 자랑스럽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 2012년 PGA 챔피언십, 2014년 디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차례로 정상에 오른 뒤 11년 만에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4대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올시즌 3승째이자 투어 통산 29승째다. 메이저 승수는 5승으로 늘렸다.

PGA 투어 사상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골퍼는 매킬로이가 6번째다. 진 사라센(미국·1935년), 벤 호건(미국·1953년), 게리 플레이어(남아공·1965년), 잭 니클라우스(미국·1966년), 타이거 우즈(미국·2000년)에 이어 25년 만에 매킬로이가 위업을 이었다.

매킬로이는 “1997년 타이거 우즈가 이곳에서 우승한 걸 TV로 보면서 제 또래라면 그의 뒤를 잇고 싶은 꿈을 가졌을 것”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며 ‘이 멋진 옷(그린 재킷)을 입을 수 있을까’ 회의감이 들 때도 있었지만, 결국 해냈다. 골프 인생에서 단연 최고의 날”이라고 기뻐했다.

이날 2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가장 긴장된 날’이었다고 돌아봤다.

매킬로이는 “1번 홀을 시작할 때 상상하는 모든 감정이 다 있었다. 속이 꽉 막힌 듯 입맛도 없었다. 다리가 휘청이는 느낌도 있었다”며 “매년 오거스타에서 쌓인 경험으로 필요한 샷을 더 편안하게 칠 수 있었고 그 덕에 우승했다”고 했다.

매킬로이가 마스터스 우승을 확정한 후 18번홀 그린에 엎드려 눈물을 쏟는 모습 [EPA]

우승 후 그린에 무릎꿇고 엎드려 한참을 오열했던 매킬로이는 “적어도 11년, 아니면 14년간 쌓인 감정의 분출이었다”고 했다. ‘14년’은 그가 마스터스 우승에 가장 가까웠던 2011년 이후 현재까지 기간을 의미한다. 2011년 마스터스에서 매킬로이는 4타 차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출발했지만 무려 80타를 적어내는 부진 속에 공동 15위로 밀려났다.

매킬로이는 ‘그 해의 일요일로 돌아가 자신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해주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그 길을 계속 가. 믿음을 잃지 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모든 소년, 소녀들에게도 말하고 싶다. 자신의 꿈을 믿고, 계속 노력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라며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것, 실망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도전한 것에 스스로 자랑스럽다”고 했다.

매킬로이는 “이제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매년 이곳에 돌아오는 것이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될 것 같아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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