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월 소매판매 급증 ‘위험신호’…“관세 패닉바잉, 소비신뢰 추락 방증”

3월 소매판매 1.4% 증가…전망치 상회

자동차 및 차부품 매출 5.3% 증가

트럼프 관세에 ‘선제쇼핑’… 향후 급격한 위축 우려

미국 로스앤젤레스 버뱅크의 대형소매체인 코스트코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카트에 싣고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heraldk.com]

미국 로스앤젤레스 버뱅크의 대형소매체인 코스트코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카트에 싣고 계산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heraldk.com]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의 3월 소매 판매가 증가세를 보인 것이 오히려 위험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에 따른 물가 상승 가능성을 피해 사전에 최대한 물품 구매를 하려는 ‘패닉바잉(공포구매)’ 현상이 나타남에 따라 향후 몇 달간 급격한 위축세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3월 소매판매가 7349억 달러로 전월 대비 1.4% 늘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월 대비 1.3% 증가를 예상한 로이터통신 집계 전문가 전망을 소폭 웃돈 수치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4.8% 상승했다. 지난 2월 소매판매 증감률은 전월 대비 0.2%였다.

미 상무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관련 보고서를 보면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매출이 5.3% 증가하면서 지표 전체를 끌어올렸다. 스포츠용품(2.4%), 전자제품(0.8%), 의류 및 액세서리(0.4%) 판매도 호조세를 보였다고 미 상무부는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3월 핵심 소매 판매(통제그룹)는 0.4%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핵심 소매 판매는 음식 서비스, 자동차, 건축자재, 주유소 판매액을 제외한 지표로, 국내총생산(GDP) 산출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지표다.

하지만 로이터통신과 AP통신 등 외신들은 소매 판매의 증가 배경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위험에 따라 소비자들의 ‘러시’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크리스토퍼 러프키 FWD본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3월 소매판매는, 마치 대규모 재고 할인 판매를 하는 것처럼 구매 러시를 이루는 상황을 반영한 수치”라며 “소비자들은 내년에 물가가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매장 진열대를 정리하고 가능한 한 저렴하게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들도 지난 달 판매가 늘었다고 보고했지만, 이는 구매자들이 “자동차에 붙게 될 고율 관세를 예상하고” 가격 상승 전 서둘러 딜러와 접촉한 것과 관련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경제학자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이 저축을 촉진시켜 향후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소비심리는 3년 만에 최저치에 근접했으며 12개월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1981년 이후 가장 높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 정부를 축소하려는 전례 없는 정책의 일환으로 공공 근로자를 대량 해고하는 것도 사기를 떨어뜨리고, 잠재적으로 지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AP 통신도 최근 미·중 무역전쟁으로 점점 더 많은 소매업체와 공급업체가 중국으로 배송을 중단하는 현장을 지목하면서, 소비심리가 이미 큰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빌 아담스 코메리카 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이 패닉 상태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면서 “자동차, 가전제품,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패닉 구매가 끝나면서 향후 한두 달 동안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스포드이코노믹스의 미국 부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마이클 피어스는 “일반적으로 인플레이션 충격이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저축을 줄여 지출에 대한 타격을 완화한다”며 “하지만 소비 신뢰에 대한 충격을 고려하면, 이제는 ‘예비적 저축(precautionary spending)’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관세 충격으로 인한 소비 지출에 따른 타격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레이드스테이션의 글로벌 시장 전략 책임자인 데이비드 러셀은 “오늘(16일) 발표된 소매 판매 보고서는 최근 월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의 조짐을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관세 발효를 예상하면서 수요가 증가한 신호였다”면서 “경제에는 희소식이지만 금리 인하를 뒷받침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좋은 소식이 아닐 수 있다. 금리 상승 압력은 지속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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