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진의 남산공방] 민감국가 지정과 핵무장 담론


미국 정부는 4월 핵·에너지·기술 분야에서 민감 정보를 제한하는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시켰다. 이로 인해 한국과 미국 간 원자력 과학기술 협력과 연구 인력 교류에 대한 제약이 생겨났다.

미국의 이번 결정을 두고 우리 학계와 정치권 등에서는 ‘그동안 한국에서의 핵무장 담론이 너무 공개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수년 사이에 우리 사회의 핵무장 논의는 과거보다 부쩍 많아졌다. 핵무장에 관한 국민들 대상 여론 조사도 많아졌고, 대국민 서명운동까지 있을 정도로 관심이 컸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찬반 양측의 논의가 뚜렷한 진전 없이 표류하고 있는 만큼 담론의 진화가 필요해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담론 수준의 핵무장에 관한 논의는 현재 찬성과 반대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핵무장 찬성 측은 북한 핵위협이 고도화되었고 북한이 비핵화할 가능성이 없어졌음을 강조한다. 미국이 핵우산을 약속했으나, 우리를 자기 나라처럼 지켜주지는 않을 것이므로 독자적인 핵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한국의 과학기술 역량은 핵무기 개발 능력 요건을 상당히 충족시키고 있으므로, 자체 핵무장의 기회가 성숙되었다고 한다.

반면에 반대 측 입장에서는 현재 과학기술 능력으로 핵무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여기에 핵무기 생산과 운영에 필요한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다는 의견도 있다. 핵무기 개발 조짐만 보여도 핵비확산 체제에 기반한 국제사회와 미국의 경제 및 기술 제재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에너지, 산업, 식량의 대외 의존도가 높은 대한민국은 이와 같은 제재를 견딜 수 없음이 자명하다고 본다.

여기에 찬성 측은 미국의 동의가 있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이 과거 “한국의 핵무장도 가능하다”고 했던 발언에 근거를 둔 견해다.

한국의 핵무장에 대한 논의는 현재 이러한 지점에서 멈춰있다. 찬반 양측은 기존 주장을 반복하거나, 과거의 몇 안되는 핵무장 국가들 사례에만 집착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핵무장 담론의 진화도 멈춘 듯이 보인다. 이제는 담론의 진화를 위해서라도 찬반 양측 모두 논리적 취약점의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핵무장 반대 논리의 약점은 미국이 한국의 핵개발에 동의하는 순간 반대 근거가 무너진다는 것에 있다. 그러므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변화무쌍할지라도 동맹국 핵무장에는 계속 반대할 것이라는 실증적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

이에 비해 핵무장 찬성 논리에서 가장 큰 약점은 핵무장 완성까지 기간 중 안보가 취약해진다는 문제에 있다. 국가가 핵물질 생산 기술을 확보한 후, 실제 핵무기를 시험하고 양산할 때까지 기간은 상당히 길다. 그 기간 중에 미국이 한국의 핵무장에 동의하는 대신 확장억제를 중단할 수 있다.

핵무장 찬성 입장에서는 이 경우에 대한 안보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이처럼 오늘날은 핵무장 논의가 찬반의 당위성만 강조하기보다 예상되는 논리적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근거와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그렇게 될 때, 현재의 핵무기 담론이 생산적인 대안 경쟁의 장으로 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