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연,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 선임 “꿈을 향한 첫걸음 시작”(인터뷰)

LPGA 출신 1호 경기력향상위 위원
작년 셰브론 챔피언십서 은퇴후 1년
방송해설과 취미활동으로 바쁜 일상
올가을 LPGA 중계 영어 해설 또 맡아
“운동·학업 병행 환경 초석 만들고파”


유소연이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에 선임된 소감과 함께 향후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에 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선수 시절에도 은퇴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했어요. 결국 제가 하고 싶은 건 주니어 선수들을 위한 일이더라고요. 이제 작은 첫걸음을 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여자골프 간판스타 유소연(35)이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6승을 거두고 지난해 은퇴한 유소연은 앞으로 2년간 경기력향상위원으로 활동하게 된다. LPGA 투어 출신으로는 처음이다.

유소연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협회 측에서 국가대표와 해외투어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선수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며 제안해 주셨다. 오래 전부터 주니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에 흔쾌히 응했다. 내가 도움을 주는 것보다 배울 게 더 많을 것같다”고 했다.

경기력향상위원회는 국가대표와 상비군 선수 선발과 국제대회 강화훈련 계획 수립, 국가대표 훈련을 지도·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선수 시절 누구보다 풍부한 경험과 화려한 성적을 올린 유소연이 세계적인 골프 트렌드와 최신 훈련 방법을 주니어 육성 현장에 접목해줄 적임자로 평가됐다.

“아직은 선수들을 직접 가르치는 것보다는 효과적인 훈련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아마추어 선수 개개인에 대해서도 더 공부하고, 또 주니어 선수들을 가르치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을 받으려고 해요.”

유소연은 아마추어와 프로 시절 모두 한국 여자골프를 대표하는 최정상 선수로 활약했다. 태극마크를 달고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개인과 단체전 2관왕에 올랐고 이후 프로로 전향,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0승, LPGA 투어 6승을 획득했다. LPGA 투어에선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했고 2017년엔 세계랭킹 1위에도 올랐다. 5개국 내셔널 타이틀도 보유하는 등 눈부신 히스토리를 썼다.

그리고 지난해 4월 자신이 2017년 정상에 오른 메이저대회 셰브론 챔피언십(우승 당시 ANA 인스퍼레이션)을 끝으로 16년간의 프로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은퇴 후 꼭 1년의 시간이 지났다. 유소연은 그동안 중계방송 해설과 타이틀리스트 앰버서더로 활동하며 바쁘게 지냈고, 발레와 피아노 수영 등 미뤘던 취미생활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넉달 동안 골프채를 안잡고 라운드 나갔다가 77타, 80타를 쳤다. 정말 이젠 안되겠다 싶어 다시 연습장을 나가기 시작했다”고 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끝난 셰브론 챔피언십을 중계하면서 다시 필드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냐고 묻자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은퇴는 가장 적절한 시기에 한 것같다”고 웃으며 “필드가 그립다기보다는, 선수 시절만큼 뭔가에 몰입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일을 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긴 했다. 요즘엔 코스 디자인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책을 읽으며 공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유소연이 최근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지난 3월 LPGA 투어 글로벌 중계방송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영어 해설을 맡아 화제를 모은 유소연은 올가을 메이뱅크 챔피언십과 토토 재팬 클래식에서 또한번 같은 중계석에 앉을 예정이다.

유소연은 “최근까지 투어에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의 특성도 잘 알고, 또 선수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정보를 얘기한 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며 “국내 중계방송도 해설을 시작한지 8개월 정도 됐는데, 아직 적응하고 있는 단계다. 처음엔 자료조사도 열심히 하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는데, 내가 해야 하는 부분은 또 다른 것같다. 조금씩 힘을 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유소연은 지난 2011년 초청선수 자격으로 US여자오픈에 출전해 깜짝 우승을 차지, 곧바로 LPGA 투어에 직행했다. 이후 전인지와 김아림이 같은 길을 밟았고, 올해는 황유민과 마다솜, 배소현, 유현조 등이 유소연의 뒤를 잇기 위해 US오픈 출사표를 던졌다. 미국 무대 직행을 노리는 후배들에게 해줄만한 조언을 물었다.

“제가 그때 우승할 수 있었던 건 말그대로 ‘즐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 당시 저는 TV에서만 보던 선수들과 같은 연습 그린을 쓰고 바로 옆에서 공을 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너무 재미있었어요. 연장전에 가서도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죠. 이겨도 좋고 져도 상관 없었어요. ‘꿈꾸던 무대에 있구나’ 하는 겁없는 마음으로 한다면 저처럼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요.”

유소연의 꿈은 미국처럼 한국의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을 보태는 것이다. 그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지만, 일단 작은 걸음부터 떼고 싶다”고 했다.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학업을 병행하면서 운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정부 정책에도 큰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저 혼자 뭔가를 바꾸긴 어렵겠지만, 기회 될 때마다 이런 목표를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변화의 작은 초석만 다지더라도 제 꿈은 성공적으로 이뤄진 거라고 생각해요.”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