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사퇴…이주호가 대행 승계
외교·안보·국방·경제공백 불가피
경제위기 상황대처 동력도 떨어져
대한민국에 초유의 행정부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전대미문의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가동됐다. 경제발전과 국가안보, 국민통합, 갈등해소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여야할 것 없이 모두 ‘대권’에만 눈이 멀어 헌정사상 유래없는 상황을 초래하고 말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무모했던 12·3 비상계엄 선포와 탄핵·파면 이후 ‘이재명 대 반(反) 이재명’으로 양분된 정치가 한국을 수렁으로 몰아넣는 형국에 다름 아니다.
행정부 서열 1·2·3위였던 윤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모두 물러나면서 4위였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 0시부터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라는 이름으로 국정을 책임지게 됐다. ▶관련기사 3·4·8면
무엇보다 최 전 부총리 사퇴로 경제 리더십 공백이 불가피하게 됐다.
최 전 부총리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 놀란 국제사회를 상대로 한국의 정치 리스크가 경제로 전이되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로 대외신인도를 관리해왔는데 설득력을 상실할 수 있다.
기업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가뜩이나 국가 최고 의사결정자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정책을 진두지휘하고 관세 등 통상협상을 펼쳐야 할 경제수장까지 사라진 것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 전 부총리 사퇴와 관련 “안 그래도 제조업 성장엔진이 꺼지며 난파 위기에 닥친 대한민국호가 한 줄기 빛이었던 등대마저 잃게 된 셈”이라면서 “대선 이후 경제부처가 재정비될 때까지 최소 한 두 달의 컨트롤타워 부재 기간 동안 기업들은 손발이 다 묶인 상태로 개점휴업을 맞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토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압박과 수출 둔화, 내수 부진 등 이미 ‘빨간불’이 들어온 국내외 경제 상황 대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국제정세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북한이 러시아와 ‘혈맹’을 노골화하며 한국을 겨냥한 위협을 끌어올리는 마당에 안보 공백의 우려도 크다.
이날 0시부로 헌법이 부여한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게 된 이 권한대행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시작으로 공식업무에 돌입했다.
이 권한대행은 첫 일성으로 “무거운 책임감과 함께 NSC 의장 대행의 엄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며 “정부로서는 무엇보다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내는 일이 기본적인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또 “외교, 안보, 국방, 경제 등 어느 분야에서든 한 치의 빈틈도 없어야 할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지정생존자’가 된 이 권한대행은 6·3대선에서 당선된 제21대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33일 간 국정을 책임진다.
한 달 남짓 남은 대선 관리를 비롯한 국정 전반을 총괄하되 외교·안보·치안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정공백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장 경제 콘트롤타워인 기재부나 선거관리 주무부서인 행정안전부, 국가안보를 책임진 국방부 모두 장관 부재에 따른 직무대행이라는 비정상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문제는 다른 곳도 아닌 정치가 이 같은 혼란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당 대선후보 선출을 진행하는 와중에 한 전 총리 출마를 부추긴 일부 국민의힘 내 움직임도 상식적인 정당정치라고 볼 수 없다.
야당도 작금의 ‘대대대행 촌극’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애초 한 전 총리 사퇴에 따라 최 전 부총리가 권한대행직을 이어받을 예정이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전격적으로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면서 최 전 부총리가 물러나고 결과적으로 이 권한대행이 맡게 됐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최 전 부총리 탄핵에 대해 한 전 총리 사퇴와 맞물려 이미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재명 당 대선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반발한 ‘폭주’로 비춰진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신대원·서경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