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과 인터뷰…은퇴 결심 배경 밝혀
“90세까지 느낌 없었다. 어느 순간 늙었다고 느껴”
“60년 전 했던 결정 지금도 어렵지 않게 한다”
“시장 공황 일어나도 난 두렵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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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AP]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최근 ‘깜짝’ 은퇴를 선언한 투자 귀재 워런 버핏(95) 버크셔 해서웨이(이하 버크셔) 회장이 CEO(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밝힌 배경에 대해 “처음으로 늙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버핏은 1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은퇴를 결심한 시기에 대해 “마법 같은 순간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이상하게도 90세가 될 때까지는 늙었다는 느낌이 없었다”며 “하지만 어느 순간 늙기 시작하면서 되돌릴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버핏은 지난 3일 연례 주주총회에서 60년간 일군 버크셔 해서웨이 경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혀 전세계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오는 8월이면 95세다.
버핏은 “걷다가 균형을 잃을 때도 있었고 가끔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신문이 마치 잉크가 너무 적게 인쇄된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고 WSJ에 전했다.
버핏은 CEO를 맡게 될 그레그 에이블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에 대해서는 “사실 그를 그 자리(CEO)에 앉히지 않는 것은 불공평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10시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일의 양과 내가 10시간 동안 해낼 수 있는 양 사이의 차이는 점점 더 극명해졌다”면서 “일을 해내는 데 훨씬 더 효과적이었고 다양한 방식으로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버크셔 이사회는 만장일치로 에이블 현 비보험 부문 부회장을 오는 2026년 1월 1일자로 CEO 및 사장으로 임명하기로 의결했으며, 버핏의 회장직은 계속 유지한다.
버핏은 여전히 시장 판단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20년 전, 40년 전 또는 60년 전에도 했던 결정을 지금도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며 “시장에 공황이 일어난다면 가격이 내려가거나 모두가 겁을 먹겠지만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여전히 유용한 존재”라고 말했다.
이어 “내 건강은 괜찮고 은퇴를 하더라도 집에 앉아서 드라마나 보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버핏은 1965년 당시 섬유 회사였던 버크셔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현재는 버크셔를 보험, 철도,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서 약 200개 자회사를 거느린 글로벌 지주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버크셔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1965~2024년 버크셔의 연평균 수익률은 19.9%에 달한다. 저평가돼 있는 좋은 기업을 사서 장기 투자하는 ‘가치 투자’의 대가로 불린다.
버핏은 지난해 애플,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그룹 등 주식을 처분하고 현금 보유액을 크게 늘렸다. 지난 2월 22일 발표한 버크셔의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현금 보유액은 3342억 달러(약 479조 3096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 말에 비하면 거의 2배 늘어난 수준이다.
다만 이토추상사, 미쓰비시상사, 미쓰이물산, 스미토모상사, 마루베니상사 등 일본의 5대 종합상사 투자를 늘릴 계획을 밝힌 적이 있다. 버핏은 CNBC에 “시간이 지나면 버크셔가 5개 회사 모두에 대한 지분을 어느 정도 늘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