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회 시끄럽다 민원 넣는 세상…아이들 “죄송합니다” 먼저 외쳤다

[인스타그램 ‘super_tiger_’ 캡처]


[헤럴드경제=나은정 기자]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전국 초등학교에서 운동회가 열리고 있지만, 운동회 소음을 우려해 시작 전 단체로 사과부터 하는 한 초등학교 운동회 풍경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15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과부터 하고 시작하는 요즘 초등학교 운동회’라는 제목의 영상이 확산돼 눈길을 끌었다.

영상은 전날 한 초등학교에서 열린 것으로 추정되는 운동회에서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무언가 단체로 외치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따라 큰 소리로 입을 모아 외친 것은 다름아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오늘 저희들 조금만 놀게요. 감사합니다.”였다.

지인들에게 아이의 운동회 모습을 공유하려고 영상을 촬영하다가 이 모습을 발견했다는 글쓴이는 “초등학교 운동회에 그렇게 민원이 들어온다고 한다”며 “아파트 단지 쪽으로 뒤돌아 ‘죄송합니다’ 사과하고 시작하는 운동회가 참 씁쓸하다. 나 때는 온가족 출동해서 도시락 먹고 동네잔치 했는데, 아이들이 잘 놀았으면 한다”고 했다.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하루 시끌시끌하게 논다는데 왜 애들이 사과를 하느냐”, “이기적인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참 각박한 세상이다, 아이들 소리가 들려야 세상이 잘 돌아가고 있는 걸 텐데”, “아파트에 협조문 붙어있을 때 너무 속상하더라. 애들 소리에 언제 이렇게 야박했나 싶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안타까워 했다.

이에 글쓴이는 “오늘 초등학교 아이 운동회인데 보호자들 참관도 없이 저희들끼리 노래 한 곡 틀지 않고, 마이크 볼륨도 높이지 않은 채 오전 9시부터 딱 2시간 40분정도 했다”며 “100명 내외라 그렇게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이 영상의 소리가 다함께 외친 처음이자 마지막 소리라 아마 제일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죄송합니다’를 학교 측에서 시킨 건지 진행하는 분이 한 것인진 모르겠다”며 “아이 키우며 사는 게 죄인이 된 것 같은 요즘에 최대한 바르고 건강한 생각을 가진 아이들로 키우려고 부모들도 노력중이니 조금은 너그럽게 봐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학군지 그런 곳 아니고 조용한고 다정한 동네다. 1~2학년 아이들끼리 한 운동회였고, 운동회하고 돌아온 아이가 ‘백군이 졌지만 정말 즐거웠다’고 했다”며 “공감해주고 마음 나눠줘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해 5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운동회 소음 때문에 인근 빌딩에서 항의를 하다 경찰에 신고하는 일이 일있다. 2022년 전북 전주와 2019년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인근 아파트 주민의 민원 탓에 운동회가 축소 시행되는 등 안타까운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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