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장벽보고서 내용 한미협의서 제기”…새 정부, 농업현안 개선 부담

한국, 미측에 ‘FTA 맺은 한국 특별고려해 모든 관세 철폐 요청“
미, 상품구매 확대·‘비관세장벽 제거’ 요구 구체화…“새정부 지침 받아 협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발언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 정부가 최근 한미 국장급 관세 협의에서 국가별 무역장벽보고서(NTE 보고서)에서 지적한 ‘비관세 장벽’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우리 측에 처음 구체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당국자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지난 20∼22일 진행된 한미 협의 동향을 설명하면서 “한미 2차 기술 협의는 균형 무역, 비관세, 디지털, 경제안보, 원산지, 상업적 고려 등 6개 분야를 중심으로 미측 제기한 분야별 이슈 중심으로 집중 논의했다”면서 “처음으로 미국 측이 구체적으로 요구사항을 전달해왔고, 우리의 기본 입장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외교 관례 등을 이유로 미국의 요구사항이 무엇이었는지 세세히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이 NTE 보고서에서 언급한 대한국 요구사항을 다수 제기했다고 확인했다.

그는 “NTE 보고서 내용과 미국이 과거 통상정책을 발표하면서 공청회를 개최한 적이 있는데 이해관계자들이 제기한 사항까지 미국이 이번 2차 기술 협의에서 제기를 했다”고 전했다.

이어 “NTE 보고서 가운데 어떤 사례는 올해 처음 나온 게 아니라 수년간 반복된 사항도 있다”며 “이번 미국 측의 제기 사항에 관해서는 기존 입장을 바탕으로 우리 입장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3월 최신 연례 NTE 보고서를 펴냈다. 여기에서 30개월 미만 소고기 수입 제한에서부터 수입차 배출가스 규제, 구글의 정밀 지도 반출 제약, 약값 책정 정책, 무기 수입 시 기술 이전 등 조건을 요구하는 ‘절충교역’ 등 한국에 자국 상품과 서비스의 수출을 저해하는 다양한 비관세 장벽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그러나 소고기 수입제한 등 농업관련 비과세 장벽 개선은 내달 4일 출범하는 새 정부에는 큰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 광우병 논란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던 점을 감안, 새 정부에서 농업분야 비관세 장벽 개선에는 단호한 입장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측은 전체적으로 이번 협의에서 한미 간 무역 불균형 문제를 푸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제시했다고 한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국 상품 수출 저해 요인으로 보는 ‘비관세 장벽’ 해소 요구와 자국 상품 구매 확대 방안을 요구했다.

통상 당국자는 “6개 분야를 논의했는데 미국 측은 교역 불균형 문제를 제기하면서 합의를 통해서 불균형이 해소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이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이 만족하면서 한미 무역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미국은 6개의 협의 의제 중 ‘상업적 고려’ 부분에서 한국이 미국 상품 구매 확대에 관해 어떤 구체적 방안을 가졌는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6개 의제 중 미국의 관심은 비관세 조치와 상업적 고려에 주로 맞춰졌으며 한미 간 환율 부분에 관한 언급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다.

그는 “3차 기술 협의는 미국 측이 제기와 관련해 관계부처와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대응할 것이어서 진전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한미 간의 긴밀한 전략적 산업 협력의 중요성과 한미 FTA 체결 등의 특수한 요인을 고려해 미국이 한국에 25%의 상호관세는 물론 자동차, 철강 등 품목 관세는 물론 향후 부과 가능성이 있는 품목관세 일체를 면제해주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 행정부는 한미 FTA에 따라 우리나라가 대부분 미국산 상품에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음에도 FTA 체결국 중 한국에 가장 높은 25%의 상호관세 세율을 적용했다. 현재 우리나라가 일본, 유럽연합(EU) 등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상호관세율을 적용받으면서 우리 수출은 물론 경제 전반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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