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밥상을 지켜야, 나라를 지킨다”


6월 5일은 ‘망종(芒種)’이다. 씨앗을 뿌리는 절기로, 논에서는 모심기를 준비한다. 겨우내 찬바람을 이겨낸 보리는 망종을 앞두고 수확한다. 긴 춘궁기를 벗어나는 시기여서, 농경시대에는 이때 서야 곡식 걱정에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이제는 절기와 관계없이 곡식이 넘쳐나지만, 여전히 우리 삶에서 식량이 가지는 의미는 매우 크다.

‘식량’이 ‘무기’인 시대다. 식량은 단순히 먹고 사는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핵심 무기로 작용한다. 이에 강대국에서는 식량안보를 국가의 주요 의제로 삼고, 식량 자급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부터 식용 곡물 100% 자급을 목표로 하는 ‘식량안보보장법’을 시행 중이고, 미국은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방향의 ‘농업법’ 개정을 앞두고 있다. 스위스는 식량위기에 대비하는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는 국가다. 의무 비축과 농지 보호, 식량 배급 등 단계별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 두고, 시나리오에 따라 운용한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떨까. 대한민국의 곡물자급률은 22%(농식품부 양정자료, 2024년)로, 옥수수와 밀의 곡물자급률은 각각 1% 수준이다. 쌀과 신선 채소 등은 자급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밀가루와 가축 사료용 곡물 등은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며 우리는 이미 전 세계가 봉쇄되는 경험을 했다. 코로나19는 식량 위기가 심화하기 전에 종식됐지만, 예기치 못한 재난으로 국경이 막히면 지금까지 수입에 의존하던 곡물을 외국에서 들여오지 못하게 된다. 식량 위기가 눈앞에 닥치는 것이다.

식량안보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제도 마련이 필요한 때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식량안보지수(GFSI, 2022년)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 113개국 중 39위를 기록했다. 식량안보 전략을 수립하는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있는지 측정하는 ‘식량안보 전략 및 식량안보 전담 기구’ 평가에서는 0점을 받았다. 국제분쟁과 기후 위기 등으로 언제 식량 위기가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식량안보에 대한 대비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식량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강한 나라다.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이 바로 ‘국력’이기 때문이다. 공사가 식량안보 강화에 힘쓰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여 우리 밥상을 우리가 지킬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공사에서는 현재 쌀에 편중된 식량작물 체계를 5곡(쌀·밀·콩·보리·옥수수)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식량자급률을 높이고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한 저온 비축기지 구축을 위해 권역별 비축기지 광역화를 추진하고, 산소와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 신선도를 높이는 CA저장고를 도입해 농산물 장기 보관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기후변화 등 외부 환경에도 견딜 수 있고, 예상치 못한 재난이 닥쳤을 때도 국민의 먹을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장기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한다.

대내외적으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밥상을 지켜야 국가도 지킬 수 있다. 식량안보를 강화해 ‘강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자.

홍문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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