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올해 경제성장률 0%대로 하향 조정

성장률 전망치 1.5%→0.8%로 수정
통화당국, 기준금리 2.50%로 인하
내년 전망도 1.8%→1.6%로 낮춰
코로나 이후 5년만에 최악의 상황
역성장 충격에 수출·내수 동시위기
경기부양 집중…금리 추가인하 전망



통화당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대로 낮춰잡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0%대 성장률이 현실화 되면 2020년 코로나19 위기 당시 이후 5년 만에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1분기 역성장 충격파가 올해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다. 미국 관세 정책이 여전히 수출 위기로 도사리고 있고,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건설 경기 등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통화정책의 무게추도 경기부양으로 더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부진이 심화할 경우 보다 적극적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도 커졌다. ▶관련기사 3·4·18면

한국은행은 29일 발표한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7%포인트 내려 잡은 0.8%로 제시했다. 지난해 8월 전망할 때만 해도 2%는 넘게 성장할 것으로 분석됐던 우리나라 경제가 1년도 안 돼 0%대까지 주저앉았다. 한은이 올해 0%대 성장률을 전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전망대로 0%대 성장률로 내려가면 2020년(-0.7%) 이후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내수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더딜 것으로 보이며 수출은 미국 관세부과 영향 등으로 둔화폭이 확대될 것”이라며 “향후 성장경로에는 무역협상 전개 상황, 정부 경기부양책,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8%에서 1.6%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1.9%로 유지했다. 내년 전망치는 기존 1.9%에서 1.8%로 0.1%포인트 낮췄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성장률 전망치(0.8%)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성장률 예상치와 동일하다. KDI는 앞서 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0.8%로 절반 줄였다. 4월 말 8개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제시한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과도 같다.

이번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은 올해 1분기 역성장(-0.2%) 충격이 현실화하는 등 최근 나타난 경기 후퇴의 증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됐다. 분기별 성장률은 지난해 1분기 ‘깜짝 성장(1.3%)’ 이후 곧바로 2분기 -0.2%까지 떨어졌고, 3분기와 4분기 모두 0.1%에 그치는 등 뚜렷한 반등에 실패하다 세 분기 만에 다시 수렁에 빠졌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수출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장률 2.0% 중 ‘순수출(수출-수입)’의 기여도는 1.9%포인트로 성장동력의 약 95%를 차지했다. 수출이 무너지면 성장률을 떠받들기는 매우 어려운 셈이다.

이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이날 열린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재 2.75%인 기준금리를 2.50%로 하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도 연 1.25%에서 연 1.00%로 인하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이에 이번 금리 인하가 시작일 뿐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기 침체가 더 심화하면서 연내 기준금리가 2%대 초반에서 1%대 후반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 5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상황에 따라 금리를 충분히 낮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태화·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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