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판 수입규모 축소로 관세 회피”
관세 포탈죄·사기죄도 적용 가능
철강업계 “정부, 단호히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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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국내 시장에 비정상적으로 유입된 중국산 후판의 규모가 4월까지 총 3만3311톤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월 평균 8000톤을 넘어서는 규모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잠정 관세(27.91%~38.02%) 부과 상황에서 일부 수입업자들이 위장 반입을 시도한 것으로, 자칫 세금 탈루로도 이어질 수 있는 일부 ‘위장 수입’ 행위에 대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업계 지적이 나온다.
30일 철강업계 자체 분석에 따르면 올해 중국산 우회수입 후판 규모로 추산되는 3만3311톤 가운데 제품별로 ▷기타 표면처리 강판(1만2678톤) ▷용융아연도금강판(8555톤) ▷열연강판(7634톤) ▷석도강판(1374톤) ▷컬러강판(403톤) ▷무방향성 전기강판(1080톤) ▷방향성 전기강판(52톤) 등으로 둔갑해 통관이 이뤄졌다.
후판은 주로 선박이나 건설용 철강재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을 말한다. 중국이 내수 시장 부진으로 인한 후판 재고 물량을 해외시장에 저가로 밀어내기에 나섰고, 이에 국내 철강기업의 제소로 이어진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의 수입 상황과 관련 “단순한 신고 오류가 아닌 고의적인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1월에는 두께 30㎜ 상당의 후판 제품이 HS코드 ‘7210.90.9000’로 수입된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기본재인 후판이 아닌 도금이나 도장된 제품에 부과되는 코드를 말한다. 통상적으로 기본재가 아닌 도금·도장 강판들은 우리 업체들의 기술력이 뛰어나, 중국에서 수입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이에 느슨한 국내 통관 절차를 활용해 우회수입이 이뤄졌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가 이뤄지면서, 철강 수입업체들은 이를 의식하고 수입 규모를 축소하는 차원에서 후판에 대한 통관 신고를 다르게 하고 있다”며 “우회 수입을 통한 관세 탈루 사례도 빈번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수입 신고가 실물 검사 없이 서류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관 등에서 관세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고, 자연스레 중국산 후판에 대한 정밀 검수 횟수도 떨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가 수입 통관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AI(인공지능) 기반 실물 식별 시스템 도입을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잠정관세 부과 상황에서는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인천항 등 주요 항만에 AI 기반 카메라를 설치해 수입 제품을 자동 촬영하고 두께 4.75㎜ 이상인 판 형태의 철강제품은 확인을 하면 되는데, 이를 위한 명분이 될 수 있는 중국 후판의 덤핑 여부는 아직 본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잠정관세 부과 기간 동안에는 우리 철강업계가 중국산 후판의 우회수입에 무방비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는 강력한 처벌로 정부가 우회수입 근절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어렵게 내린 반덤핑 결정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고와 엄중한 처벌들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단호한 대응이 있어야 정부가 산업 보호를 위해 얼마나 진정성 있게 일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한편 지난해 7월 현대제철이 중국산 후판을 반덤핑 제소한 이후 정부는 지난달 24일부터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잠정 관세 부과한 바 있다. 8월 23일까지 4개월간 최대 38.02%의 잠정 관세가 부과되며, 추후 정부의 본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산 후판의 관세 부과에 대한 최종 판정이 내려질 예정이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