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 대처전략 없고 우울증 있는 환자
1년 내 사망위험 4.63배…마음가짐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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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병원의 윤영호(왼쪽부터) 가정의학과 교수, 윤제연 교육인재개발실 교수, 정주연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교수 [서울대병원 제공] |
“같은 병기라도,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생존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진행성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우울증’과 ‘긍정적 대처 전략’ 간의 상호작용이 1년 생존율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있는 환자의 사망 위험이 기준군보다 4.6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순한 우울증 유무보다 환자의 심리적 회복력과 능동적인 대처 전략이 생존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0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의 윤영호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교신저자)·윤제연(정신건강의학과) 교육인재개발실 교수와 정주연 한국외대 투어리즘&웰니스학부 교수(이상 공동 제1저자)의 공동 연구팀은 전국 12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에 참여한 진행성 고형암 환자 144명을 대상으로 전향적 2차 분석을 수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암 진단 이후 말기 상태에 이른 환자들은 자아 상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삶의 의미에 대한 혼란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기 쉽다. 실제로 전체 암 환자의 약 30%가 임상적으로 유의한 수준의 우울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생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정신건강 요인이 실제 생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증적으로 규명하고자 했다.
연구 대상자는 모두 병기 4기 또는 치료 후 재발한 고위험군으로, 생존 기간이 1년 이내로 예측된 환자들이었다. 폐암, 간암, 췌장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등 다양한 고형암 환자가 포함됐다. 연구팀이 긍정적 대처 전략 수준과 우울증 유무에 따라 환자들을 네 그룹으로 나눈 뒤, 이들의 1년 생존율을 비교한 결과 ‘대처 전략이 낮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이 동반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사망 위험이 4.63배 높게 나타났다. 반면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군’에서는 우울증 유무에 따른 사망 위험의 유의한 차이는 관찰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 효과가 환자의 대처 전략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대처 전략이 낮은 환자에서는 우울증이 생존율 저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을 보였지만, 대처 전략이 높은 환자에서는 우울증이 있더라도 사망 위험이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다. 이는 진행성 고형암 환자군 중 대처 전략이 낮은 경우, 우울증의 동반이환 여부를 보다 면밀히 평가하고 치료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한신체 기능 상태 역시 생존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 자체보다도 환자가 이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하느냐가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는 말기 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을 위해 심리적 회복력을 높이는 중재가 필요하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정주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긍정적 대처 전략이 낮고 우울증이 동반된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가장 높다는 점을 처음으로 통계적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제연 교수는 “우울 수준과 대처 전략을 함께 평가하고 개선하는 정신건강 중재가 환자의 생존율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결과”라고 설명했다.
윤영호 교수는 “이번 결과는 과거 국제 학술지 ‘미국 의사협회 저널(JAMA) 네트워크 오픈’에 발표된 조기 완화의료 임상시험 결과를 정신사회적 관점에서 뒷받침해주는 실증적 근거”라며 “스마트 건강경영전략 기반의 정신건강 중재 필요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BMC 정신의학(Psychiatry)’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태열 선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