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野 ‘5대 개혁안-혁신위’…결국 차기 지도부에? [이런정치]

김용태 5대 개혁안 사실상 무산 수순
당 혁신위도 반대 부딪혀 인선 난항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제주시 연삼로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서 모두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국민의힘이 대선 패배 보름이 넘도록 당 혁신 문제를 둘러싼 이견을 풀지 못하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5대 개혁안’과 송언석 원내대표의 공약인 ‘당 혁신위’ 출범이 기약 없이 미뤄진 가운데, 오는 8월 선출될 차기 지도부가 당 개혁의 열쇠를 쥐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5대 개혁안은 당 주류인 옛 친윤계를 포함한 다수 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사실상 무산 수순에 놓였다. 오는 30일 임기 종료일을 맞는 김 위원장은 전날(21일)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를 돌며 자신의 개혁안을 알리고, 당 쇄신과 관련된 의견 청취에 나섰다.

김 위원장은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지역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과거를 책임지고 반성한다는 의미에서 (5대 개혁안 중) 탄핵 반대 당론만큼은 무효화해야 된다”며 5대 개혁안에 대한 전 당원 여론조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송 원내대표가 5대 개혁안을 비롯한 당 혁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을 약속했던 당 혁신위도 구성 및 인선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혁신위를 원내 기구로 두겠다는 입장이지만, 당내 친한(친한동훈)계를 포함한 일부는 “당 전반의 개혁 문제를 원내 기구에서 논의하는 건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다(재선 의원)”며 반발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혁신위에 대해 “제 거취가 결정되고 다음 지도부에서 하는 게 맞다(17일)”, “혁신위를 통해 다시 공전시키겠다는 건 많은 시민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18일)” 등 부정적인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8월 전당대회 쏠린 눈…후보군 속속 거론

(왼쪽부터) 국민의힘의 안철수·나경원 의원과 김문수 전 대선 후보, 한동훈 전 대표. [연합]

당내에선 결국 8월 조기 전당대회의 결과에 따라 당 혁신 방향과 주체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혁신위가 구성돼 당 혁신안을 내놓더라도, 이행 여부를 결정할 최종 결정권은 당원 투표로 선출될 새 지도부에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친윤(친윤석열)계가 구심점을 잃고, (대선 패배로 인한) 당원들의 불만도 커진 상황”이라며 “당권주자들이 공약하는 당 개혁의 내용과 수위, 대상을 따라 표심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기 당권 경쟁은 대선 주자들의 ‘리턴 매치’ 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대선 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그와 경선에서 맞붙었던 한동훈 전 대표, 나경원·안철수 의원 등의 출마 가능성이 거론된다.

김 전 장관은 지난 20일 전당대회 출마 관련 물음에 “전혀 생각한 바가 없다”고 했지만, 같은 날 대선 캠프 관계자들과 오찬 자리에서 ‘당대표를 맡아 달라’는 출마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은 지난 18일 대구에 이어 오는 25일과 27일 각각 부산과 대전을 찾아 지역 당원을 만날 예정이다. 한 전 대표는 대선 이후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보수 외곽조직인 새미준(새로운미래를준비하는모임)의 이영수 회장 등 야권 인사와 물밑 접점을 늘려가며 당권 출마에 관한 조언을 구하고 있다.

김 위원장도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으로부터 국민의힘 당권 도전 제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김 위원장은 21일 기자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사실”이라며 “개인적인 출마 여부보다 국민께 과거를 반성하고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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