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밉다고 공중분해할 정도로 준비했나


검찰이 동네북이 되었다. 아니, 두들겨 맞다가 찢어져 폐기 처분될 지경이다. 검찰청 폐지의 불씨는 오래전부터 지펴져 왔다.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무기로 권력과 결탁했다. 대선 때마다 중요 이슈가 검찰 수사로 요동쳤다. 막강한 인사권을 가지고 검찰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임기가 끝나면 대통령도 검사실 책상 앞에 앉힐 수 있다는 오만도 보였다.

정권 창출의 조력자로서 달콤한 과실을 따 먹다가 마침내 직접 권력을 장악하였는데 이게 독배였다. 축구 국가대표 감독도 검사 출신을 임명하라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 지나치게 검사 출신을 중용했다.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강도 높게 옥죄던 정치적 경쟁자 측과 달리, 검사 출신 전 대통령 배우자와 그 주변에 대한 수사는 면죄부를 남발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정권 교체 초기 개혁의 목소리가 높던 순간만 지나면 원상복구를 반복했다. 검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실상을 아는 일부 변호사나 교수에 한정됐다. 대다수 국민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속 시원하게 부패한 권력에 칼을 휘두르는 검찰에 박수를 보냈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국민이 전부 지켜보고 있다가 비상계엄과 대선을 통해 분명한 의사를 표시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여당발 검찰 완전 해체와 관련해 언론이나 SNS에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각자의 논리와 경험에 근거한 경청할만한 주장들이지만, 제도는 정답이 없고 시행해 봐야 그 성공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제도를 만들기 전까지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야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서 검찰을 비롯한 사법개혁 작업에 직접 참여하였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몇 가지 원칙이 생각난다.

첫째, 정치권은 법률이나 제도를 변경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 만들어진지 70년이 훨씬 넘는 검찰 제도를 한순간에 공중분해 시킬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는가. 구성원이 달라졌다고 항변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여당이 집권하던 시절 만들었던 공수처법의 허술함과 조악함을 기억하길 바란다. 법률의 불비로 공수처장 후보를 추천하는데 얼마나 진통을 겪었고, 한동안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만든 과오를 돌이켜 보기 바란다.

둘째, 법률은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국정 운영의 골격이 된다. 더욱이 수사권과 같이 인권에 직결되는 문제는 지지층뿐만 아니라 개혁 당사자와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각계 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충분히 경청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검찰폐지에 대해 내부에서 큰 반발이 없다는 식으로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

셋째 법률과 제도를 만드는데 있어 여당의 무조건 강행도 문제지만, 합리적 이유없이 반대만하는 야당도 변해야 한다. 하나의 제도가 결정되기 전까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신랄하게 비판하되, 도입된 이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완성된 제도를 만들어야 국가가 제대로 운영된다. 입법이나 제도는 정치인들의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어서는 안된다.

지금의 검찰 해체 작업이 어떠한 시행착오를 거쳐야 정착할지, 그 사이에 국민이 겪어야 할 불편은 얼마만큼일지 불안하기 그지없다.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