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주룰’로 車사고 ‘나이롱환자’ 막는다

자동차손배법 시행규칙 입법예고
치료 8주 경과시 진단서 등 검증
보험금 누수·손해율 급증 제동



#. 지난 2023년 9월, 50대 남성 A 씨는 도로에서 앞차와의 가벼운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 충격은 크지 않았고 트렁크만 파손돼 수리비는 35만원이 전부였다. 하지만 A 씨는 사고 직후 한방병원에서 경추 염좌(상해등급 12급) 진단을 받고, 이듬해까지 410일 동안 통원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 기간 진단서는 총 48회 발급됐고, 보험사에 청구된 치료비는 총 4790만1970원이었다. 실제 입원 일수는 하루였고, 나머지는 다종 시술 중심의 통원 치료였다.

A 씨의 사례는 대표적인 경상환자 과잉진료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자동차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르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나섰다. 8주 넘는 치료 시 진료기록을 제출하고, 보험사가 이를 심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에 본격 착수했다. 보험업계는 “과잉진료 차단을 위한 핵심 장치”라며 이번 개정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내고, 오는 30일까지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번 개정은 지난 2월 발표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의 후속 조치다.

환자 치료 8주 경과 시 진단서·경과기록·사고충격 등을 제출하도록 하고, 이후 보험사 심사를 통해 ‘지급보증 연장·중단’을 결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만약 환자가 불응할 시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분쟁조정위원회를 두고, 일주일 내 심의한다. 이는 보험료에 대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고, 교통사고 환자에게 적정한 배상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자동차보험에서 경상환자의 과잉진료·장기치료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와 손해율 상승 문제가 지속됐다. 지난해 한방 경상환자 치료비는 연간 약 1조323억원을 기록해, 양방 치료비(2725억원)의 약 3.8배에 달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도 한방(8.6%)은 양방(2.2%)의 4배였다. 전체 한방진료비도 매년 급증해 총진료비 대비 비중이 지난 2015년 23%에서 59.2%까지 올라섰다. 전체 자동차보험 진료비 10건 중 6건이 한방 치료로 쏠리면서, 과도한 한방 쏠림이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과잉진료를 막기 위해 지난 2023년부터 경상환자 장기치료 시 진단서 추가 발급 의무화 제도가 도입됐지만, 일부 의료기관이 이를 악용해 진단서를 반복적으로 발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계는 중상에 해당하는 다발성 늑골 골절의 경우에도 통상 8주 이내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상환자가 수개월간 치료 행위를 진행하는 것은 “비정상적인 행태”라고 꼬집는다.

보험금 누수 요인이 보험료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보험사들의 손해율도 치솟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 주요 4개(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2.5%를 기록, 지난 2022년 1분기(76.4%) 이후 3년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보험개발원은 이번 법령 개정 시 전체 자동차보험료 부담이 최대 3%가량 낮아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 자동차보험 가입자수는 2000만명이 넘어서는 만큼, 전체 자동차보험료의 1%포인트만 떨어져도 수천억원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과잉진료를 방치하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선량한 가입자에게 전가된다”면서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정부 관계자도 이번 제도 개선에 대해 “객관적 근거를 바탕으로 치료의 지속 여부를 확인해 불필요한 보험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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