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미정상간 관계 나쁘지 않아” 백악관 “트럼프·김정은 대화 열려있다”

김여정, 韓엔 “마주앉을 일 없어”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김정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두고 “개인적관계가 나쁘지 않다”고 발언한 뒤 미국 백악관이 곧바로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북미 정상간 대화 분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북한이 우리나라를 향해 “마주 앉을 일이 없다”고 말한 뒤 하루만에 나온 것으로, 사실상 대화상대로 한국을 패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김 부부장은 ‘조미(북미)사이의 접촉은 미국의 ‘희망’일 뿐이다’라는 담화에서 “나는 우리 국가수반과 현 미국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전했다.

이번 김 부부장의 미국 관련 담화는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여섯 번째 공식 입장이지만, 전날 한국 정부를 향한 입장을 낸 후 연달아 나왔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이 미국과 탐색전을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협상 의지를 보였다는 것이다.

김 부부장은 특히 비핵화 협상을 두고 “상대방에 대한 우롱으로밖에 달리 해석할 수 없다”면서 “미국이 변화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패한 과거에만 집착한다면, 조미 사이의 만남은 미국 측의 ‘희망’으로만 남아있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비핵화 요구에 선을 긋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대화의 조건으로 내세운 셈이다. 김 부부장은 “지난 조미대화에 대한 미국 측의 일방적 평가에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 국가의 불가역적인 핵보유국지위와 지정학적환경도 근본적으로 달라졌다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인정은 앞으로의 모든 것을 예측하고 사고해 보는 전제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미국은 여전히 비핵화를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내기 위해 북한 지도자 김정은과 소통하는 데 여전히 열려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를 두고 북미 대화 가능성이 일부 나타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협의할 틈이 좁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전날 북한이 우리 정부와 관계 회복에 대한 거센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적극 차단에 나섰기 때문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조한(남북)관계는 동족이라는 개념의 시간대를 완전히 벗어났다’는 담화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어떤 정책이 수립되고 어떤 제안이 나오든 흥미가 없으며 한국과 마주 앉을 일도, 논의할 문제도 없다는 공식입장을 다시금 명백히 밝힌다”고 짚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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