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OK’ 옥태훈 “공 안맞아 울었는데 3개의 무기 생겨 2연승…전화위복 됐죠”[인터뷰]

2025 KPGA 투어 유일한 다승자
투어 데뷔 8년차에 전성시대 열어
샷·퍼트·멘탈 삼박자로 승승장구
“올 상반기는 10점 만점에 10점
3승 채우고 연말 시상식 서고파”


옥태훈이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옥태훈은 “제 성인 옥(Ok)과 함께 시즌 3승 목표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손가락 3개를 OK 모양으로 펴 보이고 활짝 웃고 있다. 조범자 기자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상반기를 치르면서 체중이 5㎏이나 빠졌어요. 한 달 간 체력도 회복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면서 푹 쉬었어요. 이제 슬슬 대회에 나가서 뛰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2025시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는 그야말로 ‘옥태훈 시대’였다.

2018년 데뷔해 지난해까지 투어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던 그는 올 상반기 10개 대회에 모두 출전해 2승(KPGA 선수권·군산CC 오픈)을 포함, 톱5에 무려 7차례나 올랐다. 올시즌 다승은 옥태훈이 유일하다.

제네시스 대상 포인트 1위(4940점), 상금 1위(8억2307만원), 톱10 피니시 1위(7회), 평균 타수 1위(69.0938타) 등 주요 부문을 휩쓸고 있다. 상반기 역대 최다 상금 기록도 새롭게 세웠다. 이 추세라면 지난해 장유빈이 세운 역대 한시즌 최다 상금(11억 2904만원) 기록도 갈아치울 수 있다.

옥태훈은 최근 헤럴드경제와 만나 “상반기는 10점 만점에 10점을 주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작년까지는 우승을 향해 계속 문을 두드렸는데 닿을 듯 하면서도 잘 안됐다. 특히 최종라운드에서 잘 풀리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걸 극복했다는 점에서 스스로 대견하다. 멘탈이 많이 좋아진 것같고 한 단계 성장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지난 4월 시즌 개막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옥태훈에게 올시즌 목표를 물었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다. 무관의 선수라면 공식처럼 “우선 첫 승이 목표”라고 할 법한데, 그는 웃음기 싹 뺀 얼굴로 “3승”이라고 했다. 그만큼 올시즌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넘쳤다.

옥태훈은 “원래는 1승이 목표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개막 직전부터 샷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올해 뭔가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3승이라고 말해버렸다”고 웃었다.

옥태훈 [KPGA 제공]


사실 동계훈련 때부터 샷이 좋았던 건 아니다. 지난 겨울 슬라이스성 페이드샷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그만 자신의 스윙을 놓쳐버렸다. 스트레이트 구질로 바뀌긴 했지만 내 스윙이 아니라는 느낌에 샷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오른발로 축구하던 사람에게 갑자기 왼발로 차라고 한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패닉이었다.

“염동훈 코치님께 개막이 내일모렌데 어떻게 하냐고 막 울었어요.(웃음) 다시 원래 스윙으로 돌아가자고 하고 연습을 했는데 너무 잘 맞는 거죠. 원래 치던 드로와 페이드에 스트레이트까지 3가지 무기가 한꺼번에 생겼어요. 전화위복이 된 거죠. 그러다 보니 싫어하는 코스도 좋아지고 어떤 코스에서도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작년까지는 필드에서 실수했을 때 화를 주체하지 못해 스스로 플레이를 그르쳤다는 그는 올해 두가지 루틴을 바꾸고 나서 크게 달라졌다고 돌아봤다.

바로 야디지북과 모니터링이다.

투어에서 가장 존경하는 선배인 베테랑 문경준과 5년째 전지훈련을 함께 다니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그는 문경준의 야디지북을 보고 힌트를 얻었다.

“KPGA 선수권에서 함께 라운드를 하다 문 프로님의 야디지북을 슬쩍 봤어요. 홀별 핀 포지션을 나타내는 그림이 있는데, 홀마다 크게 ‘엑스’(X) 표를 치시더라고요. 그래서 여쭤봤더니 ‘지나간 홀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한번 실수하면 그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격이라 그 말씀이 크게 와닿았어요. 선수권 최종일에 그 방법대로 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됐고 우승까지 했죠. 프로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했더니 저보다 더 좋아하시더라고요.(웃음)”

자신의 플레이를 모니터링하는 것도 올해부터 만든 습관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함께 한 김종필 코치와 염동훈 스윙코치가 늘 얘기하는 게 경기 후 본인의 플레이 좀 다시보기하라는 거였어요. 저는 사실 큰 관심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샷이 잘 안돼서 고민하던 중 재방송으로 제 플레이를 봤는데 샷을 할 때 고개가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거예요. 다음날 그걸 수정했더니 바로 공이 맞았어요. 코치님 말씀대로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옥태훈 [KPGA 제공]


옥태훈은 올시즌 상승세의 요인 중 하나로 퍼트도 손꼽았다. 원래 퍼트가 좋긴 했지만 올해는 방향성에서 크게 안정됐다고 했다.

지난시즌 1.737개(2위)였던 그린 적중시 평균퍼트를 올시즌 1.722개(2위)로 낮췄다. 김종필 프로의 아들 김규태 퍼트코치와 만든 성과다. 백스윙을 평소보다 높이 들고 연습량을 늘린 게 효과를 봤다고 했다.

“평소보다 공에 가까이 서고 백스윙을 높게 드는 걸로 바꿨는데, 방향성도 좋아지고 거리감에도 꽤 도움이 됐어요. 아마추어 골퍼분들에게 팁을 하나 드리자면, 어드레스하고 고개 돌려 타깃을 본 다음 돌아와 바로 치지 말고 마음 속으로 1초 정도 센 뒤 스트로크해 보세요.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직접 해보면 훨씬 임팩트가 정확해질 수 있을 거예요.”

옥태훈은 보기와 달리 비거리에 큰 욕심이 없다. 선천적으로 골반이 말려 피니시가 어려운 탓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정확성’에 방점을 둔다.

그는 “남들처럼 시원시원하게 스윙하고 싶긴 하지만 그게 안된다면 다른 걸로 승부하면 된다. 멀리 치는 선수들보다 똑바로 치면 그게 내 장점이 된다. 한두 클럽 더 길게 잡더라도 페어웨이 잘 지켜서 붙이면 된다는 마인드가 있다”고 했다.

올시즌 처음으로 팬클럽도 생겼다고 쑥스럽게 웃은 옥태훈은 올해 하반기에도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가겠다고 했다.

그는 “내 골프가 원래 그런 것같다. 한번에 확 잘 되는 게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올라간다. 하반기 3승을 채우는 게 목표인데 그보다 더 하고 싶은 게 전경기 컷통과다. 꾸준한 선수라는 얘기를 듣고 싶다”고 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를 보면서 느낀 건, 실수를 정말 안한다는 거예요. 웬만해선 보기를 안하더라고요. 저도 버디는 정말 많이 하는데(평균버디율 2위), 보기도 또 많아요. 그래서 하반기엔 실수를 줄이도록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2015년 KPGA 아마추어상을 받은 이후로 한번도 연말 시상식에 선 적이 없어요. 열심히 하다 보면 10년 만에 시상식 무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요? 하하.”

옥태훈 [K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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