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의 왕들’ 돌아왔다…일본에서 귀환한 ‘시왕도’ 만날까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서 공개

 

시왕도 중 제5 염라왕. [국립중앙박물관]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사람이 죽은 지 7일째부터 3년까지 열 명의 왕을 차례로 만나 죄의 심판을 받는다.’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전기로 이어진 사후관이다. 그 믿음 속 저승의 왕들이 500여 년을 건너와 세상 앞에 선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이 내달 1일부터 특별전 ‘새 나라 새 미술: 조선 전기 미술 대전’에서 오랜 타향살이를 했던 ‘시왕도’ 10점 가운데 3점을 공개하면서다.

이번에 공개되는 시왕도는 최근 일본에서 존재를 확인해 고국으로 환수한 문화유산이다. 사람이 죽은 뒤 저승에서 차례로 만난다고 전하는 10명의 시왕(十王), 즉 저승의 심판관을 그린 그림으로, 조선 전기 16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 폭에 한 명의 왕을 그려 10폭으로 이뤄진 완질본라서 가치가 크다. 조선 전기까지 그려진 시왕도 가운데 시왕을 10폭에 나눠 그린 것은 이 작품을 포함해 단 2건만 존재가 알려져 있다. 다른 작품은 현재 일본의 한 사찰이 소장하고 있다.

전시에서는 염라왕·변성왕·평등왕이 각각 한 폭에 그려진 3점의 시왕도가 관람객을 만난다.

염라왕은 망자가 다섯 번째로 만나는 왕이다. 죽은 이는 염라왕 앞에서 머리채를 잡혀 ‘업경(業鏡)’이라는 거울 앞에 선다. 이 거울에는 살아생전 지은 죄가 그대로 비친다.

그림에도 죄인이 옥졸에게 이끌려 거울에 자신의 죄를 마주하는 장면이 있다. 거울에는 네발짐승을 죽이는 모습이 비친다. 주변에는 소·닭·오리 같은 동물들이 그려졌다. 이런 장면은 고려 이후 우리나라 시왕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시왕도 중 제6 변성왕. [국립중앙박물관]

 

시왕도 중 제8 평등왕. [국립중앙박물관]

망자가 여섯 번째로 만나는 변성왕 그림 하단에는 연꽃이 만물을 탄생시킨다는 불교적 사상이 담긴 ‘연화화생(蓮華化生)’ 장면이 그려져 있어 특별하다.

죄인을 타오르는 불길로 끓는 솥에 확탕지옥이 모티브이지만, 끓는 솥 안에 연꽃과 연잎이 떠있고 빛에 둘러싸인 인물이 솟아오르는 장면이 그려졌다. “지옥의 고통에 그치지 않고 구제된 이후의 모습까지 그린 교화적인 그림”이라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죽은 후 100일이 되면 만나는 여덟 번째 왕인 평등왕 그림에는 죄목을 적은 두루마리를 저울에 달아 무게를 재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시왕도 공개와 함께 박물관은 주요 전시품도 교체한다. 내달 5일부터 연꽃 봉오리 사이에 있는 물고기 무늬가 돋보이는 국보 ‘분청사기 박지연화어문 편병’을 포함해 총 12건의 문화유산을 새로 만날 수 있다.

어미 개가 강아지를 돌보는 순간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이암(1507~1566)의 ‘모견도’, 조선 세종의 다섯째 아들 광평대군의 부인 신씨가 남편의 명복을 빌고자 간행한 ‘수륙무차평등재의촬요’도 전시된다.

새 전시품이 공개되는 내달 5~10일 엿새간은 전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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